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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화상 Feb 03. 2022

웹툰 리뷰_「안식의 밤」,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는…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태도를 고민하게 하는 웹툰

안식의 밤세상에 내던져진 존재는 죽음도 선택할 수 없다

죽음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태도를 고민하게 하는 웹툰

2022년 2월 3일     


지난 2019년 한 50대 남성이 치매에 걸린 80대 노모와 중증지체장애인 형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무려 30여 년 동안 가족을 돌본 남성은 8개월 전부터 가족들의 증세가 심각해지자 하던 일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하다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간병살인과 함께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안락사 논란은 그 이래로 ‘비참한 삶과 존엄한 죽음 중 뭐가 더 나은 것이며,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난제로 남았다.     


하이데거는 인간에 대해, ‘자신이 선택하지도 만들지도 않은 세계에 자의와 상관없이 던져진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불안정한 삶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느끼고,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장태성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이들은 그 불안을 딛고 삶의 가능성을 찾아 개척하겠지만, 질병과 세월의 저주 속에 신음하는 이들은 무력하게 죽음을 기다릴 뿐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그 순간부터 공포에 허우적거릴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존엄한 죽음의 자기결정권이 있다면 꽤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스릴러 장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   

  

지난 1월 31일 완결한 「안식의 밤」은 섬네일이 취향은 아니라 선뜻 손이 가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호평이 눈에 띄었고 완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보기 시작한 순간, 100화가 넘는 작품을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섬네일만 보고 넘겼을 독자들이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독거노인과 고독사라는 사회적 소재를 잘 녹여낸 것도 흥미로웠지만, 범죄 스릴러 장르 자체로만 평가해도 100화 동안 몰입이 유지될 정도로 흡족했다.     


전개가 빠르고 느리고를 떠나, 군더더기가 없어 늘어짐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스릴러 특유의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데에 매우 적합한 요소였다. 또한, 이해관계가 다른 각각의 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고 각 행동도 납득이 가는 덕분에, 적절한 전개와 어우러져 몰입을 깨지 않고 긴장을 유지하는 데에 일조했다. 작화가 탁월하다고는 못하겠지만, 비가 오면 살인이 발생하는 분위기도 영화 「살인의 추억」처럼 긴장을 고조시켰다.     


덧붙여, 각 인물의 심리묘사가 세밀했고 인물 간 대화에서도 잘 녹아나, 작가의 통찰력이 빛나는 부분이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도 무척 좋았는데, 다른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들의 사소한 행동이 서서히 맞물리게 되고 그것이 나비효과로 돌아오는 카타르시스도 짜릿했다. 서로 아귀가 맞아 정답으로 합쳐질 때의 카타르시스, 아귀는 맞았으나 진범을 오해했듯 정답이 아닐 때의 카타르시스가 공존해, 작가의 계산이 잘 전해졌다.      


예를 들어, 손금택의 아들이 진범이 면식범일 것이라는 힌트를 준다거나, 강재준의 설득으로 손금택의 시신을 아들이 인수하게 하여 한유미의 독거노인에 대한 안식이라는 명분을 깨뜨린다거나, 이상훈의 호의가 오광수를 변심하게 해 결정적인 조력자로 변모시키거나, 요양병원 의사가 평소 면회를 자주 오던 장태성의 됨됨이를 신뢰하고 차 키를 건네주는 등 사소한 장치를 활용한 연출이 극대화되면서 서사에 대한 흡입력을 높였다.     


독자도 혹하게 하는 매력적인 악역     


한유미라는 인물은 서두에 다룬 고독사와 안락사라는 사회적 쟁점과는 명백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순수한 악역이었고, 작가 또한 마지막 화의 반전과 후기에 밝혔듯이, 한유미의 행동과 사상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하게 표현하고 매듭지은 점이 굉장히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장태성이 마지막까지 한유미에게 흔들린 것처럼 독자 역시 작품 내내 윤리적 딜레마라는 함정에 빠지면서 모두 한유미에 동조할 뻔했으니, 「배트맨」의 조커처럼 무력이 뛰어나지는 않아도 그 누구보다 치명적인 악역으로 웹툰계에 남지 않을까 싶다.     


한유미는 장태성과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그들의 심리를 통제하여 조종한다. 과거의 사연을 이용하여 동정심을 품게 하고, 대의와 사명감으로 악의를 포장하여 심판을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정작 한유미 자기 자신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기 확신을 품고 ‘안식’을 이어나간다. 그 지점에서 한유미는 우리를 소름 끼치게 한다. 언론과 유가족도 관심이 없는 이들이 비참한 삶을 연명하고 있다는 것에 묘하게 공감이 가고,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불가피하게 안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상의 끔찍함이 말이다.     


그러나 나름의 신념과 사정이 있어 보이던 그녀도 결국 안식이 필요한 독거노인이 아니지만, 범행이 들키기 싫어 손금택을 죽이고 장태성을 죽이려 하는 등, 서사가 진행되며 추악한 모습이 한 꺼풀씩 드러나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이야기의 끝자락에서는 죄에 대한 심판을 받고 그 값을 치르기 전에 죽음으로 도피하려 했지만, 결국 안식을 맞이하지 못하고 전신 마비라는 부자유한 신체의 감옥에 갇힌 신세가 아이러니한 통쾌함을 줬다. 이처럼 「안식의 밤」은 악역이 매력적일수록 권선징악이라는 클리셰도 빛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중적이고 불완전한 사람들     


모든 사람은 양면성, 혹은 그 이상의 다중적인 자아를 갖는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대상마다 달라질 수도 있고, 같은 대상이더라도 의심과 믿음이 공존하는 이중성이 되기도 한다. 인간은 이러한 ‘의심의 이득’을 토대로 생존해왔으며, 이에 따른 자기합리화, 확증편향 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황과 맥락, 그리고 지위와 관계에 따라 내가 알던 사람이 천사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되기도 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퍽 익숙한 광경이다.     


「안식의 밤」은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한다. 장태성이 의지할 정도로 완벽한 손금택도 과거에는 편집증적인 모습으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한유미도 굳센 신념에 자유로운 인간인 것 같지만, 누구보다도 고독하고 의지할 수 있는 동지를 갈구하던 이중성을 내포했었다. 장태성 역시 이상훈처럼 알고 지낸 사이면 사람을 죽일 심성이 아닌 것을 알지만, 용역 깡패라는 이미지 때문에 경찰을 신뢰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장태성은 우리가 달의 이면을 보지 못하듯, 자신이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진범의 실마리를 찾는데 그 누구보다 의존했던 손금택이 편집증 때문에 누명을 씌운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진범을 찾을 의지를 잃게 되고, 따뜻하고 친절해 보였던 한유미의 여린 모습에 속아 손금택은 목숨을 잃고, 장태성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점점 미궁에 빠진다. 알고 있던 인물들의 새로운 정황이 드러날수록 사건은 갈피를 잃고 방황하며,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고 결말을 기대하게 되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서, 모든 사람은 죽기 마련이니 죽음은 우리에게 생소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두려움을 주는 이유는 우리는 삶과 죽음의 주인이 아니므로 자기결정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질병과 노환으로 고통받는 것에서 나아가, 식물인간처럼 의식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설령 안락사가 허용되더라도 자기 자신에게조차 죽음을 선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참한 삶과 존엄한 죽음 중 무엇이 나은지 판단하고, 나아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생전에 미리 죽음을 되새기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작가는 후기에서 사회적 문제를 깊게 다루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안식의 밤」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근원적인 물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장태성과 한유미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불우한 처지는 같았으나, 장태성은 이를 원망하기보다는 삶의 일부로 체념하고 정성을 다했고, 뒤틀린 한유미는 이를 거부하고 벗어나기를 원했기에 존속살해에서 나아가 그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연쇄살인에 이르렀다.     


한 번뿐인 인생, 남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나 혹은 남 눈치 안 보고 사는 것이나 어떤 인생관을 가지든 정답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매 순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바로 장태성처럼 말이다. 장태성의 말처럼 보통 사람은 늘 망설이기 마련이지만, 그는 한유미가 가진 뱀의 혀에 놀아났음에도 마음에 품은 의구심을 해소하고 확신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우리는 어떤 선택에도 늘 의심해야만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죽음이 닥쳐와 지난 삶을 돌이켜볼 때, 후회와 번민에 잠겨 결국 영원히 안식에 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계속 의심하고 신중하게 판단했다면, 최선의 삶을 살았다는 안도감이 죽음과 함께 할 것이다. 그러므로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며 후회 없이 살아야만, 운명의 그 날이 왔을 때 너 비로소 존엄한 안식에 들리라.




한유미, “… 날 코앞에 두고서 기다린 시간은… 실제로 흐른 시간보다 더 길게만 느껴졌을 테지.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인간의 자유의지와 행동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지만… 
그 판단은 주어진 정보와 눈앞의 상황에 물들 수밖에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모두가 그러했다. 그도… 그도… 지금 어딘가에서 내 뒤를 밟고 있을 그 사람까지.
…잘 따라오고 있는지, 날 놓치진 않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필사적인 건 그쪽이니까. … 왜 그토록 필사적인가.
…아니, 원동력은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다. ‘의문’
알고 싶다는 욕망, 궁금증은… 사람을 참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원하는 게 무엇이든 좋다. 나는 그저… 조금씩 흘려주기만 하면 된다. ‘예상치 못한 답’을.

필사적으로 쫓아 겨우 얻어낸 답은 아무런 답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또 다른 의문을 낳을 뿐.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진실에 한 발짝 다가간 것만 같으니까.
자유의지는 어느새 사라져 있다. 답을 찾기 위해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두 발에 몸이 맡겨져 있을 뿐.
온갖 추측과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 쏟아지는 의문에 머릿속은 마비되어 있다. 마비된 사고가 풀려날 틈을 주지 않는다.
나는… 더 큰 의문을 제시한다.

… 오랜 기다림 끝에 당도한 이 순간은 그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을 테니까.
때가 되었다. 앞서 모든 의문을 넘어서는 더 거대한 의문을 내놓을 때가.
장태성이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마법의 이름. 손 선생님.” - 88화
장태성, “… 전 그렇다 쳐도 아버지는 그 긴 시간 병상에 누워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지…”

한유미, “아버님은 장태성 씨가 용기를 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까요?
…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나아갈 용기… 말이에요.”

장태성, “무거운 짐 같기도 하고 원망스러워한 적도 적지 않지만, 딱히 과거에 얽매여 있진 않아요.
그저… 받아들일 뿐이죠. …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거죠.”

한유미, “장태성 씨 아버지도…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계실까요?
… 육체라는 감옥 안에 남겨진 정신은 바스러져 가요…
존엄성을 무너뜨리고 최소한의 이성마저 희미해지죠.
아버지를 위한다면… 아버지가 진심으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어야 해요.
무의미하게 연장되기만 하는 삶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당신은 겁쟁이예요.” - 95화
한유미, “나는 이 일을 즐거워서 하는 게 아니에요. 
누구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모두가 외면하는 일을 행했을 뿐이죠.
외면하고 모른 척한다고 없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온 사회가 다 같이 이 악물고 모른 척하는 일을 내가 하는 것뿐이에요.
한마디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거죠.

… 자연스러운 죽음을… 인위적으로 앞당긴다고요?
그 반대에요. 이 세상이 삶을 부자연스럽게 인위적으로 연장하고 있을 뿐이죠.
… 삶은 고귀한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거라면…
누군가에겐 삶이 그 자체로 얼마나 큰 고통인지도 알아야 해요.

… 당신은 아직 몰라서 그러는 거야.
내가 그 가식의 가면을 깨부숴줄게요. 당신을 자유롭게 해줄게요.
… 안식을 줄게요. 장태성 씨… 아버지에게.
… 내가… 당신의 짐을 덜어줄게요.” - 96화


자화상 소속 직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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