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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아도취 Mar 13. 2022

기어이 내 차례 (feat. 코로나 일기)

기어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친정 부모님이 차례로 확진이 되시고, 아이를 봐주셔서 그리고 주말에 식사를 같이 해서, 남편과 아이도 뒤이어 확진이 되었다. 나만 코를 여러 번 쑤셔도 (지난 일주일간 체감상 검사를 열 번은 한 것 같다.) 계속 음성이 나오고 아이의 PCR 결과를 들고 나 역시 PCR을 하러 갔는데도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PCR 음성 결과 문자 통보를 받은 바로 어제, 목이 까끌거리며 이물감이 있고 머리가 좀 무겁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확진이시고 아이는 증상은 있으나 신속항원 검사를 해도 음성이 나오기에, 괜히 부모님께 보냈다가 코로나가 걸릴까 봐 내가 데리고 있었던 게 화근이었을까. 아이는 목요일에 한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고 PCR 검사를 해서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도 목요일에 같이 신속항원 검사를 했으나 음성이 나왔다. 그렇게 아이는 목요일부터 친정 부모님께서 맡아주시게 됐다. 


뉴스 기사에서 읽은 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2-3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증상이 발현되고 또 2-3일은 지나야 검사했을 때 양성이 나오는 것 같다. 


남편과 아이와 나는 모두 토요일 저녁에 친정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남편은 월요일부터, 아이는 화요일 밤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증상은 조금 더 전부터 나타났을 수도 있으나, 내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난 건 화요일 밤이다) 


주말부부인 남편은 화요일 밤에는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 수요일 오전에는 자가진단키트로 모두 음성이 나왔고, 감기 증상은 조금씩 심해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마 무시하게 졸린 증상과 계속 멍한 증상이 있다고 했다. 


아이는 화요일 밤부터 기침을 하면 목이 아프고 침을 삼킬 때 "밀가루나 설탕이나 소금 같은걸 같이 삼키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다. 목에 이물감이 있고 까끌하다는 이야기. (초1의 표현력이란!!) 처음 학교 입학해서 한창 적응 기간인데 일주일이나 학교를 빠지게 된 게 아쉽지만 열난 걸 제외하고는 수월하게 넘어가는 중이라 한 시름 놓았다.


수요일에 함께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둘 다 음성이 나와서 하루 종일 열이 나는 아이의 열을 낮추는 노력들을 하며, 같이 놀며,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열이 아주 심할 때를 제외하고는 쳐지는 증상은 없었고, 아이의 열은 37.7도에 해열제를 먹여도 꾸준히 올라서 한 시간 뒤에는 38.8도가 되어 있는 양상을 띄었다. 교차 투여를 해서 겨우 잡았고, 하루 반 정도 꼬박 열이 나고는 열은 거의 나지 않고 있다.


나는 자가격리 중인 부모님과 아이의 처방약을 받아다가 시골집에 갖다 드리고, 필요한 물품이나 식재료를 장을 봐다가 넣어드렸다. 쿠팡이나 마켓 컬리 등 새벽 배송이 가능한 지역이라 또 얼마나 다행인지. 부모님의 확진, 아이의 발열 및 확진 등으로 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이제야 조금 안정이 되려던 찰나에, 나도 어젯밤부터 목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콧물까지 나서 자가진단 키트를 해보니 1분도 안되어서 바로 두 줄이 떴다. 


얼마 전 읽은 기사에서 A형이 코로나에 더 잘 걸리고 (혹은 중증으로 더 잘 가고) O형이 조금 덜 걸리는 것 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더니, 남편과 아이는 A형인데 나는 O형이라서 안 걸리는 건가, 아니면 소위 말하는 코로나 슈퍼 면역자인가 라며 설레발을 친 게 무색할 정도로, 오늘 아침에 자가진단 키트 및 신속항원 검사 양성이 떠서 PCR 검사까지 해두고 왔다. 기어이 내 차례가 온 것이다. 의사 친구 왈, 우리 모두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하더니, 정말 내 차례가 돌아왔네. 아이가 고열이 나던 수요일, 대통령 선거로 임시 공휴일이라 내가 하루 종일 아이를 끼고 있었는데 아마 그날 옮은 것 같다. 


PCR을 해주신 선생님이 "이제 집으로 귀가하세요"라는 인사로 나를 보냈다. 자택격리 시작이다. 그렇게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양성 사실을 알리고, 짐 싸들고 친정으로 오라는 부모님께 집에서 쉬겠다고 말씀드렸다. 일처리 해야 할 것을 조금 하고, 배달 앱을 켰다. 본죽에서 죽을 주문 해서 점심을 먹었다. 배달앱들의 행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무튼 이 시국엔 어쨌거나 배달 앱 만세. 


점심을 먹고는 머리가 아파서 열을 재보니 37.5/37.6도. 나는 평소에도 눈물 감기를 하는 편인데, 코로나가 약한 쪽으로 온다더니 이번에도 눈물 + 콧물감기 + 인후통과 목이 조금 불편한 정도이다. 머리도 조금 무겁다. 눈물 감기에 직빵인 액티피드와 해열 진통제를 먹고 한 숨 잤다. 


코로나 증상 중 하나인 후각 미각 손실은 없지만 입맛은 정말 태어나서 이래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뚝 떨어졌다. 아, 이게 미각 손실인가. 죽을 주문해 놓고도 전혀 생각이 없어서 안 먹다가 점심을 늦게 먹었는데, 저녁도 미루다 보니 늦어졌다. 큰이모께서 보내주신 톳나물과 집에 있던 쌈채소를 넣고 계란 후라이를 하나 해서 비빔밥을 해 먹었다. 이렇게 될 걸 알았는지 엊그제 김밥 재료며 기타 등등 장을 좀 봐 놨는데. 도무지 뭔가 요리를 해 먹을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마음만 "비 오니까 김치전 먹고 싶다..." 혹은 "목 아프니까 칼칼한 국물 먹고 싶다" 정도인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언젠가 나중을 위해 기록해 두는 코로나 일기. 오늘은 여기까지. 

얼큰한 콩나물 국밥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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