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생각해볼까
우리들 마음이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들 마음이 어디 들어 있을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마음을
사람마다 제각기 간직하고 살아가지
그런데 그 마음과 마음을 이을 수 있는 고리가 있다면
어떤 고릴까 마음을 잇는 고리
사랑의 고리 정이 서로 따뜻하게 통하는 고리
마음과 마음을 이을 수 있는
고리가 있다면 어떤 고릴까
마음을 잇는 고리 사랑의 고리
정이 서로 따뜻하게 통하는 고리
그래 이 세상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사랑의 고리로 잇고 산다면
세계가 한마음이 될 수 있겠지
정다운 한식구가 될 수 있겠지
걱정하지마 그런 고리는 바로 너희들 마음속에 있어
어른들도 처음에는 너희들하고 꼭 같았었지
그런데 바로 그 마음의 고리를 지금은 아 잃어버렸거든
이제는 어른들이 너희들한테서 다시 배울 차례야
잘 좀 가르쳐줘 알았지
고리(노래 노영심)
1989년 창간한 한겨레신문사는 창간 2주년 기념 대중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겨레의 노래’를 찾는 일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다수의 음악계 인사가 참여했으며,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 사업단 총감독을 맡았다.
'제도권과 운동권, 세대와 계층의 단절을 뛰어넘고 남북이 하나로 같이 부를 노래가 필요하다'라는 인식 아래 겨레의 노래 사업을 진행했다.
겨레의 하나됨을 염원하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자긍심, 국토애, 민족애 등을 담은 노래로 건강한 공동체 정신을 담으려 했다.
겨레의 노래 사업단은 국내외를 대상으로 겨레의 노래를 공모했다.
김민기도 중국과 일본을 돌며 겨레의 노래를 수집했다. 4개월에 걸친 공모 결과 407곡이 응모됐고 6천여 곡이 수집됐다.
그 가운데 심사를 거친 12곡을 수록한 공식 음반 「겨레의 노래」가 나왔다.
수록곡은 통일을 노래하는 대학생 창작곡 <이 작은 물방울 모이고 모여>, 장기수․문부식의 시에 곡을 붙인 <꽃들>, 고 최진실의 동생 고 최진영이 노래한 <이 세상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노래한 <이태원 이야기>, 전인권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 윤석중의 동요를 노영심이 부른 <고리>, 송창식과 조경옥이 함께 부른 김민기의 곡 <이 세상 어딘가에>까지 등의 곡들이 있었다.
1990년 음반이 출시되었고, 서울·대구·광주·전주·부산 등 7개 도시에서 22회의 전국 순회공연이 열려 5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나의 아버지는 그 당시 '한겨레 신문'에 다니고 계셨고, 티켓을 주셔서 우리 가족은(엄마, 형, 나) 공연을 보러 갔다. 나는 이미 음반을 사서 많이 들은 상태였다. 노래가 다 좋았는데 최진영과 노찾사 노래를 좋아했다.
특히 나는 윤석중의 동요 '고리'를 좋아했다. 노영심과 어린이들이 함께 불렀는데 변진섭의 '희망사항' 노래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노영심의 왕팬이었다. 뭔가 그 '착할 것 같은 착함'이 좋았다.
공연장소는 '잠실학생실내체육관'이었는데 하얀색 옷을 입은 노영심이 하얀색 피아노를 치며 하얀색 옷을 입은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부른 이 노래는 오래오래 내 기억에 깊이 자리 잡았다.
새벽 다섯 시에 새벽 기도를 간다며 어제 밤 나에게 엄포를 놓은 딸을 수차례 깨웠다.
어제 운동을 많이 하고 잔 아가는 일어나지 못 했다.
"하니야, 교회 갈꺼야 안 갈꺼야. 아가. 정확히 말해줘야해."
"갈래? 안 갈래? 그냥 잘래?"
아가는 못 일어난다. 계속 자기를 바라는 나의 질문은 편향된다.
그냥 재우기로 했다. 이따 혼나는 건 나의 몫이고 이러나 저러나 나는 저녁만 되면 딸한테 맞는 아빠다.
아이와 오래오래 '마음의 고리'를 잇닿아 지내고 싶은 나는 어제 밤 아이가 윗몸 일으키기를 시켜달라해서 다리를 잡아준 순간이 참 좋았다.
아이가 의지할 때,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온 나에게 그저 달려와 안길 때(요즘은 안 함), 아이와 손 잡고 걸을 때, 바빠 죽겠는데 아이가 전화할 때 나는 좋다.
내 것이 아닌 불가의 열망들에 애닳아 하던, 내 것이 될 수 없어 아파했던 남들의 직립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외로움에 속절 없던 내게 이 아이가 왔다.
가래보다 자주 손을 흔들어 주는, 언제나 나의 이타심이 이기심을 이기게 하는, 어떠한 대답도 필요 없는 흑백의 질문 덩어리인 너가 그렇게 왔다.
아빠도 처음에는 너하고 꼭 같았었지
그런데 바로 그 마음의 고리를 한동안 잃어버렸었거든?
이제는 내가 너한테서 다시 배울 차례야
잘 좀 가르쳐줘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