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복권을 안 산지 세 달이 넘었다.
부질 없어서 안 사기 시작했다.
대신 나에겐 '동생 복권'이 두 장 있다.
나는 ENFP or INFP다.
그런데 내가 지향하는, 부러워 하는 엠비티아이는 ENFJ 나 INTJ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두 동생이 있다.
일단 첫 번째 남자.
ISTJ - 이 놈은 매우 비상하다. 아이큐는 148.
성격은 내성적이고, 사무실에서는 일만 하는데 조금만 공간을 이동하면 매우 유쾌해진다.
이타적이라서 모든 행동에 솔선수범이다.
서울시 전체로 봐도 탑 수준의 세법 지식과 선량함을 지니고 있다. 이 놈은 그냥 세법 천재다. 마음 천재기도 하다.
이 친구는 자기가 아는 모든 것을 남에게 나눠 준다.
다른 사람들이 사실 판단이나 법령 해석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면 홍길동처럼 나타나 사안을 경청하고 생각을 나눠준다. 솔루션을 제시해준다. 끝까지. 아주 지구 끝까지.
아예 답변서를 써주기도 하고 사안을 요약 정리하고 관련 법령과 판례들까지 정리해서 준다.
아예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준 적도 있다..
전국구를 평정하는 예봉을 휘두르다가 우리 구청으로 왔다. 양육을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아내 바보, 아들 바보이다. 나는 이 녀석을 존경한다.
대화의 끝이 거의 단조로운 칭찬이다. 어떤 사람과 어떤 주제를 나누든 대화의 마무리는 그 사람과 상황에 대한 칭찬과 긍정적인 말로 끝을 낸다.
나는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 와이프도 한 번 보고 그냥 반했다. 맑고 순수하고 예의바르고 겸손하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강직하다.
주민세 6천원을 가지고 안 내보려고, 늦게 내려고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소리를 뻣대는 민원인한테 절대 굴하지 않고 싸운다. 이렇게 착한 놈이 이렇게 사나울 수가 없다. 이렇게 곧을 수가 없다.
이 녀석은 솔직하다.
기본적으로 매사에 솔직하다. 그런데 자기 프라이드가 있고 자존감이 분명하다. 자신의 단점을 솔직히 이야기 하고 어떤 것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표현한다. 꾸미지 않는다.
이 녀석은 T다.
뭔가 답이 건조하다. 무지하게 이성적이다. 감정이 덜어져 있는게 아니라 베어져 있다. 그래서 좋다. 나랑 정말 다른 지점이다. 도대체 자기를 꾸밀 줄을 모른다. 약을 줄 모른다.
이런 사람을 만난 것은 축복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한테 일관되게 말했다.
뒷담 터는 새끼한테 말했다.
"누가 뭐라고 씨부리든 이 놈은 내 동생이다. 왈가왈부 할꺼면 내 앞에선 하지 마라. 너나 잘 살아라. 꺼져라"
이단 두 번째 남자.
ENFJ - 이 놈도 매우 비상하다. 아이큐 145.
이 녀석은 나랑 정확히 20살 차이이다.
시작은 내가 담배 피던 시절. 다른 팀에 있던 이 녀석한테 담배를 빌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 천재는 자신의 광기와 솔직함, 유머와 직관을 모두 숨기고 나를 관찰했다.
내가 자기와 비슷한 동류임을 이 놈은 알고 있었다. 나도 직관력이 엄청난 놈이라 특상품의 냄새를 진작 맡았다. 계속 이 놈의 냄새를 추적했다.
정자에서 내가 먼저 툭 던졌다.
"내가 원래 한 잔 원샷하고 말 놓는데. 그냥 놓을께. 너랑 나랑 좀 결이 비슷한거 같아. 담에 한 잔 빨자고."
심드렁한 반응.
서로의 탐색전은 3개월 정도 더 유지되었다.
그 놈이 1팀으로 오면서 2팀에 있던 나는 그 놈과 섞여 들었다.
ENF 두 놈이 만나니 충돌, 교합하니 '대폭발'이 이루어졌다.
일단 사무실에서 잔망스런 웃음소리와 경계 없는 솔직함, 유머와 재치로 충만한 그 놈과 딱 비슷한 내가 만나니 그야말로 '대폭발'이 이루어졌다.
이 놈과 나는 카톡을 매일 세 시간씩 했다.
좋은 머리와 끝 없이 생각하는 버릇,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직관력이 좋은 두 데칼ENF가 만나니 나의 불면의 새벽 등정은 그 정상을 못 찾고 계속 위로 올라갔다. 1년을 오르고 또 올랐다.
계엄 이후, 나의 금주 이후, 그 카톡질, 전화질이 그냥 딱 정확히 '스톱'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어떠한 지점들에 대해 개쿨한 우리들은 그 변화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한 스몰 토크를 나눈 적이 한 번도 없다. 둘다 그런 것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놈과 나는 사무실의 개쌍똘아이다.
어떤 팀장, 어떤 직원은 내게 말했다.
"ㅇㅇ 계장, 자네가 쟤랑 희희낙낙 어울릴 짬밥이야?
"ㅇㅇ야, 너무 그렇게 밑에 애들이랑 격의 없이 놀지마, 나중에 팀장 달면 통제 어려워."
꼭 자신의 컨텐츠가 부재하고 생각이나 철학이 빈곤한, 할 줄 아는 거라고 위계와 나이를 동반한 거드름, 꼰대질 뿐인 것들이 그렇게 지껄이다.
툭툭 넉살 좋은, 유연한 나는, 겉으로는
"아 네, 그런데요. 이게 제 스타일이에요. 주의하고 신경 쓰겠지만 제 맘대로 계속 하겠습니다."
"나중에 잘 하면 되죠. 리더십의 종류엔 여러가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사람 위에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거스르면 말에 뼈를 꼭 담는 스타일이다.
속으로는
'그래 그냥 그렇게 님은 그리 사세요. 그렇게 따박따박 가르고 나누며 외롭게 사세요.'
'내가 얼마나 영악한데 다 생각이 있지. 꼰대짓 하려면 나한테는 하지마, 나한텐 안 통해.'
이 녀석은 영민하다.
이놈은 잘 생겼다. 거의 우리 과에서 가장 잘 생겼다. 특히 눈이 잘 생겼는데 그 눈으로 상대를 관찰한다. 발골한다. 인간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이 놈은 모두에게 다가가되 모두에게 거리를 유지한다. 끊임 없이 재정립한다.
이 녀석은 용감하고 정의감이 높다.
3년차 밖에 안 된 놈이 민원인을 가지고 논다. 타협하는 척 하며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어낸다. 봐주지 않으면서 봐준다. 일을 묻지 않는다. 전임자가 묵혀 놓은 가산세 덩어리 자료도 그냥 고지한다. 싸운다.
씨발! 하나 대차게 밖고 담배를 피러 가자고 한다. 돌아와서 또 고지한다.
이 녀석은 유머와 재치가 좋다.
나는 유머와 재치가 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나의 그것을 뛰어 넘는다. 내 유머가 너저분하다면 이 놈은 깔끔하다. 마성의 남자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랑도 사귈 수 있다. 그런데 이 놈은 분별이 있다. 매력적이다.
삼단, 윗 두 놈과 나의 공통점.
1. 솔직하다. 가식질은 못 한다.
2. 직설적이다.
3. 잘 웃는다. 긍정적이다.
4. 손에 안 잡힌다.
5. 고집이 세다. 맞춰주는 척 하며 안 맞춰준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사단, 윗 두 놈과 나의 차이점.
1. 두 놈은 일을 잘 한다. 나는 일을 못 한다.
2. 두 놈은 이성적이다. 깔끔하다. 나는 감성적이다. 지저분하다.
3. 두 놈은 판단이 빠르다. 나는 우유부단하다.
4. 두 놈은 머리가 좋다. 나는 나쁘다.
5. 두 놈은 숫자를 좋아한다. 나는 극혐한다.
오단, 우리 셋은 서로를 아낀다. 평생 각이다.
여러 분은 둘 중 누가 더 매력적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