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자들과의 부산 야행기.

by 하니오웰


20250527_133756.jpg



블친들과 부산 여행.



'결정을 실행하는 자들의 모임'



이 모임은 다음 날 행하려는 행동이나 마음에 대한 결정 문장 하나씩 쓰고 다짐을 세워 지켜나가는 모임인데 '작위, 부작위'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편한 모임이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구성원들의 결기와 진정성이 충분히 느껴지는 모임.



서울팀 네 명과 대구 한 명이 향하고 부산에서 두 명이 맞이하기로 했다.


조급한 나는 '서울역'에 서둘러 도착했다.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일행인데 반갑게 두리번거리며 기다리다 정신을 차렸다.


카톡을 보내 의견을 물었고, '파리 크라상'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이 글에서 '님'자는 모두 생략하겠다.


해피나루, 언제나 자유, sally 순서로 도착했다.



9시 18분 출발.


내 옆에 'sally'가 앉았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옆 여고를 나왔다는 이유로 한 달 넘게 나와 '동갑'이라 여겨 왔는데 깊은 오해였다.


sally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 글쓰기의 즐거움, 신변의 역사 등을 나누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서대구 역에서 '작가 전미영'이 합류했다.


우리 넷은 9호차였고, 작가만 12호차였기에 나는 자리를 바꿔줬다.


카톡이 왔다.


앞자리 승객에게 'sally와 미영'이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컷 당했다고 했다.


앞자리 분이 2시간 동안 소음을 참았다고 말했단다.


나는 대차게 큰 똥을 싸놓고 적당한 때에 기가 막힌 이동을 해버린 것이었다.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


살짝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초량 밀면' 집으로 향했다.


만두와 밀면 맛이 좋았고, 어색함을 조금 더 지웠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조금 더 섬세하거나 부끄러워 하는 우리의 '부산'이 시작 되었다.


택시 두 대로 나눠 탔다. 나와 샐리가 숙소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문을 열었는데 집이 참 예뻤다. 벽난로가 있었다.


보통의 숙소는 풍경에 더 눈이 가는데 내부 자체가 '전망'이었다.


곧이어 센체와 서코필드가 도착했다.


두 사람의 외모와 목소리가 다른 결이었지만 큰 틀에서 비슷하게 감미로왔고 진중했다.


워낙 오랫동안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더 그리 느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되었고 다들 기가 막힌 숙소 자체의 미와 뷰에 감탄했다.


센서의 매직은 '숙소'부터 시작이었다.



각자 준비해 온 책을 소개하는 시간.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엄숙했던 시간.


센체는 제주도 5박 6일 여행을 마치자마자 온 것이었는데 귀한 선물을 준비했다.


참여자 각각의 닉네임을 일일이 새긴 개인 머그컵. 센체의 부인이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는 책을 나누었다. 각자의 예쁜 마음과 사연을 담은 책.


나는 서코필드와 경합 끝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얻었다.


한강 작가의 '빛과 실'도 탐 났지만 '1인 1책'이었다.



우리는 해운대의 '도원정 소금구이'로 향했다. 센체의 원픽 고기집이었다.


센서 커플의 선택은 이번 여행을 통틀어 한 번도 '만족'의 근처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서코필드는 초벌, 재벌 구이를 빈틈없이 해주었고 가위질도 매끈했다.


고기맛이 좋았고, 사람들의 진정성과 온기가 좋아 오랜만에 한 잔 했다. '몽니'는 없었다.



'글'이라는 공통 요인이 있어 대화를 여는 것에 발단, 전개, 시늉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틀 내내 편안했고, 공명했고, 아쉬웠다.


나는 자연스레 더 종종거리고 종알거렸다. 섣부른 너와 내가 만난 느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식사 후 해운대 길을 걸었다.


해운대 모래축제는 끝난 상태였지만 예쁜 모래 작품들이 남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찰나'로 향했다.


수영 교차로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초입에 위치한 LP바.


서코필드의 단골 바.


들어가는 순간부터 어둑한 분위기에 마음이 부드럽게 잡혔다.


최백호 노래와 사장님의 헐렁하며 힙한 모습이 좋았다.


분위기가 좋았고 무엇보다 '함께'가 좋았다. 마음의 들고남에 거스름과 불편함이 없었다.



글렌드로낙 12년산, 라프로익 10년 산으로 분위기를 적시며 서코필드, 해피나루와 이야기를 나눴다.


순수하고 진지했다. 애니어그램이 '9번'인 두 사람은 잘 들어주고 눈물도 흘렸다.


대화가 끝날 무렵 오는 '적막'들이 어색하지 않았고 편안했다.


청사포 등대길을 걸었다. 기묘한 '몽환'.


서코필드가 부축도 해주고 손도 잡아줬다. 설레일 정도로 고마웠다.


숙소로 돌아와 환담을 나누다가 각자의 시간에 맞춰 잠자리에 들었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내 나이 내년이면 '오십'인데 이 무슨 '복들의 침묵'인가 싶었다.


3월, 4월에 찐친 이상의 '찐친'들이 생겼고, 짧은 블생 구비구비마다 달콤한 '귀인'들이 더해지고 있다.


이름이 아닌 '닉네임'으로 저장했다고 해서 그 사람과 덜 친하거나,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는 어제 아침 그런 생각도 해봤다.


'사람 완급 조절 좀 하자. 이러다 곶감 항아리가 더 이상 버티지 못 하고 터져 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겨움과 익숙함에 찌들어 날로 찌그러져 있다가, 금주를 시도하고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한 것 뿐인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의 쓰나미를 계속 정통으로 맞아도 되나 싶어 새벽 4시 넘어까지 달뜬 눈을 붙이지 못 했다.



새벽 6시쯤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미영과 자유가 깨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센체가 일어났고 집에 가서 눈을 붙이고 온 서코필드가 오늘도 주변 몫을 하러 와주었다.


모두 일어나 귀한 잔으로 아침을 열었다.


날씨가 전날보다 좋았다. 산책을 나간다는데 몸이 무거워 함께 나갈 수 없었다. 숙소에 남아 단장을 했다.



아침은 돼지국밥이었다. 숙소에서 나와 내리막길을 걸었다.


센체님의 세계일주 에피소드와 서코필드의 결혼 얘기를 들었다.


이 두 명의 부산 남자는 세공이 필요 없는 '보석' 그 자체다.


순수하고, 기품 있고, 진중하고, 지향의 척도를 지킴에 흔들림이 없는, 자중할 필요가 없는 '진빼이'들이다.


국밥이 느끼하지 않아 좋았다.



우리는 해운대를 걸었다.


이른 계절이었지만 웃통이 많이 열려 있었다.


스벅에서 커피 한 잔씩 들고 나온 우리는 자리를 잡았다. 1박 2일 동안 내 옆자리는 '서코필드' 였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아한 편안함을 주는 동생.


부산으로 내려 오게 된 계기와 음악 이야기 등을 나눴다.


나는 '바멍'의 완벽한 단조로움을 피력했고, 해운대 전통시장을 자리를 옮겨 함께 거닐었다.



현명한 자유의 제안으로 우리는 각자 헤어졌다. 부산 수컷들이 '우리'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차 시간이 두 시간이 남아 자유, 나루와 유린기에 칭따오로 부산 일정을 마루리했다.


집에 오니 8시 반.


내 블로민국의 수도인 '미라클 주니' 방의 줌 미팅이 있는 날이어서 서둘렀고 '줌미팅'에 참여해 그리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눈 후 수면제 한 알을 먹었다.


카페인 커피를 두 잔이나 마신 이례적인 날이라 반 알로는 자신이 없었다.



센체 - 대장님. 님의 삶과 활자에 대한 진정성에 경의를 표하고 남은 생 오랜 벗이 되고 싶습니다. 존경함.


서코필드 - 나이를 '핑계' 삼아 말은 놓았지만 마음은 놓지 않음. 고맙고 앞으로 좋은 벗이 되자. 존경함.


sally - '동갑' 해프닝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 하네요. 앞으로 '샐리의 책방'에 자주 가고 싶어요. 존경함.


언제나 자유 - 대면 최강자 자유. 떠올릴수록 그 바르고 깊고 똑똑한 분별들에 놀람. 출판 선배 기원. 존경함.


해피 나루 - 착하고 순한 동생. 종이책 선배님. 나오면 즉시 대량 구입 약속함, '박리다매' 나루 기원. 존경함.


작가 전미영 - 벼락 완독하길 잘했다. 좋았던 캡슐 토크. 다음달에 2부 또 하기. 글 계속 쓰기 ok? 존경함.








900_2025-05-24T23_45_36.208.jpg
900_2025-05-25T11_10_25.422.jpg
900_2025-05-25T11_15_49.064.jpg
900_20250524_152624.jpg
900_20250524_152627.jpg
900_20250524_154127.jpg
900_20250524_201407.jpg
900_20250524_203517.jpg
900_20250524_204826.jpg
900_20250524_204930.jpg
900_20250524_234645.jpg
900_20250525_000033.jpg
900_20250525_105902.jpg
900_1748245983450.jpg
900_174824599539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웰 미모] 뱃속이 환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