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일기(1977.6.3)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쿵. 쿵. 쿵.
그것이 나의 모든 그 이후 새로운 소리들의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것에 맞춰 꿈을 꾸고, 조금은 멈춘 듯한 시간들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가장 크게 들리는 엄마의 심장 소리보다 큰 소리를 들었다.
"혀어ㄴ히야, 미여ㄱ구....아가 자ㄹ 크고 이ㅆ어?"
곧이어 갑자기 '쿵'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엄마의 심장 소리가 더 크게 자주 들렸다.
무슨 소리였을까?
사실 여기가 어딘지 정확히 모르지만 이 곳은 어둡고, 끈적거리고, 따뜻하다.
그 날 이후.
무언가가 멍울거리며 들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여기가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어떠한 기운이 물 속에 스며들어 나를 누르는 것 같았다.
내가 움직일 때 엄마도 움직였다.
잘 모르지만 엄마는 내가 잘 때도 안 자고 안 잘 때도 못 자는 것 같았다.
엄마가 좀 오래 멈춰 있다가 들썩임을 반복할 때가 온다.
그 순간이 나는 제일 좋다.
나도 꿈으로 돌아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가끔 들썩이던 엄마가 갑자기 자주 들썩인다.
내 몸을 평화롭게 감싸던 따뜻한 세계가 뭔가 기묘하다.
이상한 냄새와 이상한 조각들이 내 코와 눈을 스쳐가는 기분이다.
귀를 세웠다.
"여보...나하ㄴ테...너무 하ㄴ거 아니야? 호ㅇ어 머ㄴ으ㄴ 나ㄹ으ㄴ 지ㅂ에..."
가끔 이 시간만 되면 내 세계가 살짝 흔들린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이 때만 되면 슬픈 일이 생기나보다.
엄마의 소리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날부터 가장 자주 들은 소리는.
"어ㅁ마" 라는 소리이다.
그래서 나도 가장 자주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어ㅁ마"라고 부르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또 흘렀을까?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본 적이 없어 더 그리웠다.
가끔 엄마가 아픈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가 엄마를 지켜주고 싶었다.
여기도 참 좋은데 여기는 내가 오래 있을 곳은 아닐 것 같았다.
엄마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더 맑게 듣고 싶었다.
엄마 세계를 나가는 문을 본 적이 있는데 언제부턴가 볼 수가 없었다.
내 몸이 뒤집혀 버린지 좀 된 것 같았다.
나는 거꾸로 선 채 문을 밟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그 문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나는 힘을 냈다.
까물까물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그 와중에 몇 마디가 들렸다.
"어ㅁ마"...
"서바ㅇ"...
"사ㄴ모니ㅁ... ㅎㅣㅁ 주세..."
갑자기 너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