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내가 누구 좋아하는지 알아요?

by 하니오웰


오웰 : "마음에 드는 그 여자가 이 테이블에 있다? 없다?

븅은 순간 숨을 고르며 말문을 열려 했다. 숨이 조금 길었다.
술기운과 눈치기운의 첨예한 대결, 입술만 씰룩이고 바람은 새어나오지 않았다.

의가사가 그 찰나, 잔을 내려놓으며 외친다.

의가사 : "있다. 븅 마음 여기 있다, 바로 여기! YJ!"
순간 분위기는 멜랑콜리 해졌고, 븅은 마음이 틀어졌는지 얼굴이 벌게져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넉살 보이 : '야! 왜 그걸 니가 말해? 하든 말든 븅 몫이지!"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고개만 숙이고 있던 YJ가 이상하다. 잔잔한 미소로 술자리를 일관하던 그녀가 들썩인다.
웃음이 아니었다. 눈물이었다.

YJ : "그걸 왜 선배가 말해요? 내가 누구 좋아하는지 알아요? 진실 게임 안 해도 말할 수 있어요.
나는 처음부터 선배였어요. 대구 사투리가 옴팡진, 눈이 예쁜 선배"

테이블은 싸늘한 정적, 모두의 시선은 의가사에게로 향했다.

의가사 : "...뭐?"

YJ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YJ : "내 첫사랑은 선배라구요! 끊임없이 사람들을 골리고, 강한 척하지만 속은 여린 선배,
눈보다 마음이 예쁜 선배. 나 눈치 게임 걸리려고 일부러 늦게 말하고 있었다구요."

의가사는 한동안 굳어 말이 없다.
평소 같으면 누구보다 재치 있게 받아쳤을 놈이다.

YJ : "기왕 이렇게 된거 대답해 주세요. 선배 마음!"
오웰의 눈에 머뭇거리는, 침묵 뒤에서 멎은 숨을 위무하고 있는 븅이 보였다.

의가사 : "나는..."
뜸을 들이던 의가사가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벌컥벌컥 마신다.
의가사 : "사실..."
한 잔을 더 마신다.

"나는 사실 남자 좋아해"

정적이 폭발했다.
넉살 보이 : "미친 똘아이 새끼"
오웰 : "아니 리시브를 그렇게 던져버린다고?"

넉살과 오웰은 알고 있었다. 의가사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의가사는 YJ의 단짝 친구, IU를 좋아하고 있었다.
웃을 때마다 눈매가 부드럽게 내려앉고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따뜻한 아이.
IU한테 자기 마음 좀 대신 전해주라고, 이따 헤어질 때 YJ한테 편지도 주려 했다.
그랬다면, 그렇게 했다면 YJ는 영문도 모르고 잠깐 설렜겠지?

실은 오웰도 IU를 좋아하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항상 웃는 아이,
대답의 보폭을 항상 상대의 마음 폭에 맞춰 주는 아이

이렇게 많이 취한 날, 억눌렸던 열락과 그리움이 터져 나오는 이런 밤.
학교 배봉관 뒤 벚꽃길을 그 아이와 한번만 밤산책하고 싶었다.

오웰 : "3차나 가자. YJ, 갈래?"
YJ : "네, 가요. 제가 좀 살아보니까요? 인생, 부질 없음이 곧 부질 있음이에요"
넉살 보이 : "야. 역시 너! 인간성 개탑이여"
오웰 : "븅! 너도 갈꺼지?"
븅 : "네, 저 술 다 깼어요. 고백은 나중에 술 안 취했을 때 정식으로 다시 하겠습니다."
오웰 : "븅신, 술부터 깨자. 제발 띵킹 좀 하고 살자"
오웰은 븅의 어깨동무를 해준다.

그날 밤, 우리는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의 어깨를 기대었지만,
각자의 마음은 부지런히 따로 걸었다.
누구는 친구의 단짝을 음모하고,
누구는 이미 떠난 고백을 후회하고,
또 누구는 다음 기회를 품은 채.

흘.러.갔.다.
우리들의 달뜬, 서툴지만 빛나던 세월은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리움은 그렇게 파스텔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