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겠다.
장난기와 객기가 80명 동기들 중 원, 투, 쓰리인 우리는 사전 조율 없이, 시동을 건다.
의가사 제대 : "야 니네 머리 박어!"
넉살 보이 : "못 박아도 병신!"
오웰 : "나보다 늦게 박으면 우리가 빠따!"
불편한 몸으로 머리 박는 시늉만 한다.
"형님, 일어나십시오"
예상대로 취중이라도 각이 안 풀린 98학번 신입생 다섯 명이 우루루 박는다.
10초도 필요 없다.
사고의 전환점만 던져 주면 된다.
"일어나~"
주섬.
"푸시업 준비!"
"하나에, '선배님 만세'. 둘에, '경희대 만세' 실시!"
열심히 쿵쾅쿵쾅이다.
"병신들 일어나!"
비틀.
"정문 쪽으로 뒤돌아 보고 '경희대는 내 사랑' 실시!"
각자의 목청껏, 체면껏 떠드는 동안, 우리 셋은 황급히 걸어 나온다.
우리는 당연히 경희대생이 아니다.
"쪽팔려 니네!, 따라와~"
우리는 2차 호프집에 가서 게임을 한다.
소주병 뚜껑 고리 날리기 게임.
'톡, 톡...'
벌칙은 소주잔에 손 안 대고, 입으로 물어 넘기며 그대로 원샷하기.
하나 둘씩, 허공만 가까스로 움켜쥐고 있는 동공들이 늘어난다.
술맛과 장난의 온도가 떨어질 즈음, 우리는 더 깊은 게임을 원한다.
계획된 빌드업은 아니지만, 이쯤 되면 전략과 전술 따위는 필요가 없다.
"진실 게임으로 바꾼다! 할 수 있습니까?!!"
"네!"
따라온 98학번 후배 다섯 명중 한 명은 여자(YJ).
얼굴도 아주 귀여웠고, 성격도 최고였다.
인기가 제일 많던 아이였다.
아마 그 아이를 집에 바래다 주러 주량을 넘어 따라온 놈들이 있을 것이었다.
이 여자 아이에게도 우리는 좀 전에 '머리박기'를 시켰다.
우리는 투철한 성평등주의자는 아니었고, 그저 당당한 '주취자'였다.
진실 게임의 예열 게임은 '눈치 게임'이다.
'하나, 둘....넷!"
넷을 동시에 말한 사람이 두 명 나왔다.
첫 번째 걸린 놈이 '의가사' 놈이었다.
오웰 : "1학년 때 들어와서 첫 짝사랑은? 이니셜로~"
의가사 : "너랑 같지, 이니셜 말고 이름으로 말할 수 있어! 해줘?"
오웰 : "아니...!"
역시 우리 동기 중 가장 아이큐가 높은 놈 답다.
의가사에 대한 질답은 워낙 방패가 유연하고 튼튼해서 재미가 없었다.
신입생 놈 차례.
마침 YJ를 짝사랑하고 있다고 만인이 예측하고 있던 놈이었다.
넉살 가이 : "이 술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 없다?"
븅 : "있습니다!"
의가사 : "그 사람이 남자다? 여자다?"
븅 : "여자입니다."
오웰 : "그 여자가 이 테이블에 있다?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