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삯, 속았수다.'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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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목숨값, 숨을 거두기 전까지 들고 가야하는 숨 값

삯......몫의 대가. 숨을 이어가려면 건네주어야 할 몫 갑.

얼마 전 명상 강의에서 들었다.

"생각은 늘 곁에 둘 필요가 없다. 미진하다고 느낄 때, 꼭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꺼내 쓰라"


나는 원래부터 생각이 많았는데, 엄마가 아픈 뒤로 그 양이 더 불어났다.


자식을 지켜야 하는 자리와, 자식으로서 짊어져야 하는 자리.

그 첨예한 두 갈래 틈에서 질긴 꽈리가 고개를 자꾸 내민다.


'몫'과 '삯'


선택하지 않은 부모, 선택하지 않은 상황 속에 우리는 툭 던져졌다.

살아가며 우리는 의무와 관계, 책임과 역할을 받아 안는다

타인과 세계를 대하는 태도, 마음을 맺는 자세의 결정이

내게 주어진 과제, 몫이 된다.


그 몫을 다하여, 받아들이며 벼리는 과정에서 삯이 드러난다.

관계를 지키고, 책임을 감당하려는 값을 치를 때,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상응하는 삯을 돌려받는다.


삯이라는 것이 늘 따뜻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오는 것은 아니다.

삶의 응답은 내가 기울인 태도와 노력에 비추어,

때로는 선량한 위로와 고요안 평안으로 오지만,

때로는 날선 헝클어짐과 어수선한 상흔으로 다가온다.


삯은 내가 살아온 삶의 누적값에 대한, 세계의 응답이다.


엄마의 인생에 손님으로 들어온 내가, 슬그머니 마루에 걸터앉고,

부엌을 기웃거리다, 마침내 안방까지 차지해버렸다.


엄마의 집은 좁아지고 스러져,

이제는 어디가 당신 집인지, 당신이 누구인지조차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엄마의 남은 삶.

내 몫을 짊어지고,

그 삯을 기꺼이 받아 앉는 길을 걸어야겠다.


누군가에게 주어진 몫은

끝나지 않는 의무가 되어 무겁게 짓누르다가도,

어느 순간, 솜털처럼 가볍게 삯을 치르고 흘러 나간다.

삯은 그 몫을 다 했을 때 얻는 위로 같기도 하고,

때로는 뼈저린 대가 같기도 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햇살은 제 몫을 거두어 물러가고,

바람이 그 자리를 이어 제 몫을 넓혀간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우리는 말하리라.


'몫삯,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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