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갔다가 집에 오는 길, 배가 너무 고팠다.
엄마가 보내줬는데, 하니는 거들떠도 안 보는 냉동 돈가스 마지막 봉을 꺼냈다,
마침, 삭을 만큼 폭 익은 마지막 갓김치도 있다.
'날개 달린 뱀들' 단톡방에, 듣지도 않을 거면서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김치 넣고 끓이면 맛이 없을까?'
정쓰가 대답을 해준다.
'안돼, 덮밥처럼 먹고 싶은 거 아냐? 꿀꿀이 죽된다!'
물이 끓는 동안 다른 방에도 이빨을 턴다.
'ㅋㅋㅋㅋㅋ 그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맛없지는 않은데~ 굳이 돈가스로 나베를 먹는 건 낭비 같다는 개인 소견!'
'오키 고, 맛점들 해~'
맛이 좋다. 지성이면 맛이 좋다.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끄적이고 싶어 서재방으로 튀어왔다.
내가 글을 자꾸 싶은 이유,
가을은 왔고, 착하고 맑은 사람들이 곁에 늘었다.
글을 쓴 이후 만나게 된 사람들 중 열에 여덟은 존경이 된다.
자꾸 막 뭘 하고 싶다.
같이는 아니더라도, 함께.
골짜기 같은 나인지라, 엿 같은 놈들도 많다.
그에 따른 부르르 한 열받음 들을, 딱 그 글거리는 아니더라도,
글을 쓰까리다 보면 마음이 잡힌다.
훈민한 정음들을 벼리고 다지는 맛은 항상 좋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고치다 보면 호흡은 제자리를 잡고,
부질 있는 시간은 언제나 부질 없는 제 몫을 해준다.
오목한 속이 쉽게 펴질 리 없지만, 펴진 척은 할 수 있다.
장난도 더 치고 싶고, 달리기도 하고 싶은데,
존댓말 먹고 태어난 몸뚱아리가 아니라, 마음뚱아리가 자꾸 삐친다.
그래서 자꾸 바루어주고 싶다.
비뚠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글만한 것이 없다.
읽는 맛 보다 좋은 맛이 있다는 걸 알게된 지금.
나는 자꾸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