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엄마는 며느리 고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평소에 만날 때마다 외식을 고수한다.
자식이 세 번 내면, 엄마가 일곱 번을 낸다.
한 달에 서너 번 씩, 엄마 편 택배가 온다.
당신은 일주일에 서너 번 넘게 라면을 끓여 드시면서도
오리, 사과, 양배추즙 가지가지 챙겨 보낸다.
하나 밖에 없는 손녀 입을 어떻게든 채워주려 하신다.
코로나와 상관 없이,
엄마의 방식은 언제나 '비대면' 우선이었다.
매 년 추석 전날이면,
갈현동 엄마 집에 와서 저녁을 직접 차려 먹었다.
엄마는 주로 만두국을 해줬고, 다음날 아침엔 빕스를 갔다.
오 년 여 전부터는 엄마가 정신이 없어 며느리가 저녁상을 준비해왔다.
올해도 불광 엔씨 백화점에서 장을 봤다.
김치찜이랑 오징어 김치전을 해먹기로 했다.
"어머니, 냄비 없어요?"
"응, 버렸지."
"어머니, 후라이팬 없어요?"
"어, 버렸어."
엄마는 오늘도 라면을 먹었나보다.
냄비에 라면 건더기 흔적이 남아 있다.
"어머니, 세제 없어요?"
"어? 저거 아니니?"
"어머니, 이건 샴푸 잖아요."
"그럼 없다. 야야. 맨날 산다 하고 내가 아직 안 샀나보다."
"어머니, 왜 이렇게 다 없어요?"
"어, 내가 언제 갈지 모르잖아. 하나씩 정리하고 있어.."
"어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슬프자나"
"야야, 미안하다."
눈물 많은 마누라 눈이 젖는다.
"어머니, 음식물 쓰레기 봉지 없어요?"
"응, 없으면 없는 거다."
"오빠, 코끼리 마트 가서 후라이팬 있으면 사와, 쓰레기 봉지랑"
"후라이팬을 왜 사오니?"
"하니가 오징어 김치전 꼭 먹고 싶댔어요."
마트가 제법 크다.
다행히 후라이팬이 있다.
전화가 온다.
"오빠, 세제도 사와."
집에 돌아왔다.
"오빠, 쓰봉부터 줘"
"쓰봉? 오웰이 쓰봉 입고 왔자나."
난 못 알아 들었다.
"하하하! 어머니 그 쓰봉 말구 쓰레기 봉투요~"
엄마로 오십 년,
엄마와 세월은 서로를 삼켰다.
엄마의 세월은 변비가 되었고,
세월의 엄마는 설사가 되었다.
세월이 이겼다.
오래 놀자 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