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험료가 나갔다.
113만 원.
통장 잔액, 12만 원.
자동차 보험료는 선납 구조다.
두어달 전에 미리 결제되고, 실제 출금은 몇 달 뒤에 이루어진다.
성격이 드잡은 나는 신용카드 결제 금액을 매 번 '즉시결제'로, 현금카드처럼 매일 출금시킨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결제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다 일 년에 한 번, 자동차 보험료가 미결제 잔액으로 떠 있는 무렵이 되면 기분이 뜨뜻미지근하다.
출금을 좀 미리 해주면 안 되냐고 카드사에 전화한 적도 있다.
이 정도면 출금 '틱'이다.
마음의 대비를 해도, 정작 출금될 때면 속이 시큰하고, 새초롬히 허해진다.
두어 달 전의 결제는 숫자였는데, 오늘의 출금은 현실이다.
졸지에 상그지가 된 나는 오랜만에 양평해장국 '특' 한 그릇(만삼천 원) 사먹으려다,
회사 식권으로 오징어라면 하나(팔천 원) 사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낮잠 한 덩이 푸지게 베어 먹으니 다시 마음이 차 오른다.
오늘 완수해야 할 2포 중 1포를 이렇게 어영부영 마쳐 가니 기분도 차오른다.
'내겐 아직 열두 척의 만 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