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미안함을 싣고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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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공무원은 '회계 실무'(회계학 시험)와 '조사요원'(세법 시험) 내부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두 가지가 없으면 조사과에 갈 수가 없었다.

세무서의 꽃은 '조사과'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니 대부분 채비를 열심히 했다.

교육원 입교 기간 중 '회계 실무' 시험이 치러졌지만, 나는 불합격했다.

함께 취중 고백을 일삼던 친구들은 대부분 합격했다.

공대를 나와, 회계학을 유난히 싫어했던 나는 발령 이후에도 불합격 횟수를 늘려갔다.


오래도록 주홍 글씨를 달고 살았다.

지방직으로 옮기기 직전인 2012년에야 두 자격을 다 취득했으니 돌이켜보면 옮기기를 잘한 셈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숫자랑은 영 안 맞는 문과쟁이, 글자장이었고, 나 역시 비의에 더 어울리는 사람인데,

공대부터 세무쟁이까지, 나도 참 징하게도 피아구분 못 하고 살아왔다.

발령은 성적순이었다.

당시 국세청은 서울청, 중부청, 대전청, 광주청, 대구청, 부산청 여섯 개 지방국세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고득점 순으로 서울청, 중부청 순으로 배치했다.

나는 교육원 성적에서 뒤켠이었지만, 장애인 우대 덕에 '서울청'으로 가게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고, 그것을 교묘히 활용하여 놀던 나였지만 막상 결과가 나오니 중부청 이하로 놓인 동기들에게 미안했다.


며칠 뒤 전화 한 통.

"서대문 세무서 징수과 정리 2팀으로 4월 13부터 출근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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