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발표, 수능 시험

by 하니오웰


오늘은 세무사 시험 발표 날이다.

국세 공무원들에게 세무사 시험은,

성실히 썰어온 세월(稅月)의 영수증을 청구하는 일이다.


거저 주는 증명서는 아니라,

10년 차, 20년 차를 넘은 국세인들, 절반 이상은 수능 전날에도 책을 편다.

합격률은 현직자 중 오 퍼센트에 못 미치니, 높지 않다.


7년 째 도전 중이신 형님은 올해도...

인생의 황혼기에 법전만큼 두꺼운 책 몇 권을

딸의 중학교 때 가방에 욱여넣고,

가파른 도서관 언덕을 올라 1.6배 속 강의를 듣는 일.


좀처럼 신날 리 없는 일이지만

얄팍한 봉급에 맞춰 어떻게든 삶을 꾸려,

두 아이를 기필코 서울권 대학에 보낸

갱년기 아내를 떠올리면, 새벽 언덕이 가쁘지만은 않다 하신다.


오늘 나는 누군가의 합격 전화와,

누군가의 불합격 카톡을 받았다.

불합격한 동생에게, 오쏘몰 영양제에 격조한 위로를 담았다.


마늘이 요즘 힘들어한다.

기다림만큼 돌아오지 않는 보상,

다시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매출에 한숨이 깊다.


맨날 딴 데 정신 팔린 무심한 남편에게

답답한 마음 한 줄 전하기 쉽지 않았단다.

무능하여, 미안만 할 수 있는 남편이라 서글프다.


어떤 결단이든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부디 웃음을 되찾기 바란다.


그래도 저녁이면 숙제를 서둘러 끝내고,

아빠와의 배드민턴을 기다리는 요망진 딸이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하다.


내일은 수능 시험 날이다.

나는 수능 시험을 본 지, 올해로 정확히 서른 해가 지났다.


그때와 제도도, 의미도 조금은 달라졌지만,

한 시간 늦게 하루의 시작을 미루는 국가적 배려만은 여전하다.

시대의 미래를 향한, 조용한 예우다.


수능은 대학교로 향하는 제도의 문턱만은 아니다.

열두 해를 견디며 자신을 증명해 온 아이들이,

스스로의 존재값을 확인하는 자리다.

인내와 떨림을 품은, 마지막 순수의 순간,

돌아갈 수 없는 매점의 추억을 간직한 시험이다.


이러나저러나, 시험은 싫은 짓이다.


작은 당신들, 내일 크게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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