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잘 늦었다.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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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부부 동반 약속에 몇 잔 시늉했다.

밤 열시 반 귀가.

마누라는 떡이 되어 쓰러지고,

하니는 배달 화채를 끝내 졸라 먹고 열두 시쯤 잠이 들었다.

검찰 개혁의 지지부진함이 답답하여 유튜브를 후비다 보니 새벽 세 시가 되었다.


처음 일어난 시간은 6시 5분.

씻고 출근을 하려니 수능 날임이 떠올랐다.

미뤄진 출근 시간에 초과 근무도 안 달았는데, '굳이'였다.


다시 일어나니 8시 10분.

씻고 나가려는데 마늘이 먼저 씻고 있다.

먼저 출근할 테니 하니 등교를 맡아달란다.

동글이 대장 인형을 배시시 안았다.


마지막으로 일어나니 9시 23분.

둘 다 열 시 출근, 열 시 등교였다.

"하니야, 일어나. 망했다. 어떻게 이 시간이지?"

"아빠 진짜 뭐야. 어떡해! 9시 50분까진 오라 하셨는데."

"미안, 분명 알람을 해뒀었는데... 오전이 아니라 오후였네."


십 분을 삼십 분처럼 쓰는 딸이, 십 분을 오 분처럼 쓰고는 호통 일색이다.

"서둘러! 아빠가 돼가지고 이게 뭐야! 내가 8시 50분에 깨워달랬잖아."

"미안해. 아빠도 늦어서 지금 완전 큰 일이야. 녹즙 아줌마가 또 나 쪽팔리게 하면 안 되는데."


십 분 만에 씻기, 드라이를 마쳤다.

동료 여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삼십 분 지각을 달아 달라 하고,

아이를 후문 앞에 내려주니 9시 52분.

홍남교 앞에 닿으니 9시 57분.


"ㅇㅇ야, 난데 결재 끝났는지 봐줄래?"

"아직 과장님 결재 전이에요."

"미안한데 취소 좀 해줘라."


도착하니 10시 1분.

아까 왔다가 들어오는 척,

외투를 팔에 걸고 슬쩍 들어간다.

이 정도면 잘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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