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이치카와 사오(1979~)는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으로 호흡기와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일본의 작가다. 2023년 중편소설 '헌치백'으로 문학계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그녀는 장애를 극복 서사로 소비하지 않고, 장애 여성의 몸·욕망·고립·접촉 부재 같은 금기된 주제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자신의 신체성과 경험을 서사에 밀도 있게 반영하며 기존의 ‘정상성 중심 문학’에 균열을 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p.27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도 못할 텐데.
출산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물론 육아도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임신과 중절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다.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헌치백(이치카와 사오)
T :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최선의 반경이 어디까지인지 묻는 절박한 자문이다.
나는 장애인이지만, 이 작가가 겪는 중증의 조건은 아니다.
나는 딛고, 걷고, 앉을 수 있다.
그 동작들이 얼마나 깊은 감사함인지 깨닫는다.
감히 그 절망의 심연을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의 욕망과 몸의 조건이 불균형하게 충돌할 때 생기는 슬픔을,
나 역시 다른 방식으로 겪어왔다는 점에서 공명을 느낀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최량의 육체로, 이 투명하게 차가운 세계의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가.’
‘내 존재가 사라지지 않으며, 내 기능으로 접촉할 수 있는 최대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