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매일 차로 출근하다 보니 날씨에 경의를 표하는 데 인색해졌다.
개업 직후에 곧잘 차를 몰고 나서던 마늘은 어느 순간부터 차를 전혀 쓰지 않았다.
잦아지는 불편함 속에서도 번창을 막연히 기대하는 마음이 좋았는데
그 시절부터 스며든 주저와 체념 때문은 아닐까.
괜스레 짠하다.
이러다 보니, 저러다 보니
결국 '19루'는 다시 내 전유물이 되었다.
남들보다 쉽게 휘청이는 내게 비는 두려움인데,
보슬비에 차까지 있으니 오늘의 너쯤은 껌이었다.
사무실에 앉아 있다 보니
'후두두둑'
우박이 내린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날씨가 내는 소리에 예민했다.
매 걸음이 불균형한 나는, 땅도 하늘도 무서웠다.
땅.
버스에서 내리는 마지막 딛음과,
지하철에 오르는 첫 딛음이 지금도 매번 두렵다.
나에게 땅은 그 흔한 안식처가 아니었다.
수평은 수평대로, 경사는 경사대로 몫 없는 삯을 요구했다.
아킬레스건과 허벅지와 종아리, 사타구니 근육이 다 짧다 보니 매 땅이 절반씩이었다.
땅이 나를 좋아할 리 없었다.
하늘.
어찌할 수 없는, 닿을 수 없는 하늘도 무서웠다.
내리쬐어도, 들이부어도 늘 버거웠다.
힘이 더 드는 건 알아도,
그 숱한 매 걸음의 무게는 모르는 친구들은
그 이른 땀들과 쉽게 젖는 어깨들을 일일이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용케 오십에 닿아간다.
땅이시여, 하늘이시여, 우박이시여.
부디 이제 나 좀 이쁘게 봐주이소.
나는 그대들을 사실 오래전부터 짝사랑했소.
분리수거에 더 신경 쓰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