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시스트 1(Garcissist)[인간학 사전1]

by 하니오웰



가르시시스트(Garcissist)


-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

- 관계는 사랑이 아닌 소모이다.

- 서정을 서사로 치환하고, 서사를 사건으로 환원한다.

- 존재를 외부에 위탁한다.



가르시시스트는.

허벌 난 질투와 질펀한 욕망이 들끓는 땅에서 산다.

그 땅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 자가 타인의 시선을 빌려, 숨 붙여 서는 곳이다.


그들은

침묵을 견디지 못한다.

단 하나의 정직도 남겨두지 못한 채, 불안을 거짓으로 증식시킨다.

말을 덧대어 뒤틀린 문장을 쌓는다.

서정을 견디지 못해 서사로 내려앉히고, 그것을 다시 사건으로 잘라 소비한다.


해석을 붙이고 왜곡이 겹칠수록 진실은 제 디딜 자리를 잃는다.

존재의 내면을 증명하지 못한 채 관계의 틈 사이에 자신을 위탁한다.

그들은 침묵이 무너진 자리에 시커먼 오식 활자를 알알이 세워 둔다.


대낮의 정적을 견딜 용기도, 한 번의 무너짐을 두를 결기도 없다.

그래서 입을 숙이는 법이 없다.


가르시시스트는.

자신만을 짝사랑하며 타인을 사랑하지 못한다.

관계는 사랑이 아닌 소모이기에, 숟가락은 들어도 젓가락은 집지 못한다.

함께 잡는 기술 대신 혼자 퍼내는 감각만 첨예하다.


그들은

홀로 앞에서 성찰이 아닌 불찰의 강을 건너며 여백이 아닌 공백만을 되새긴다.

대면 앞에서는 침묵하고, 부재 앞에서는 혀를 늘린다.


가르시시스트는.

전달의 달성에서만 숨을 쉰다.

타인에 대한 감각만을 응축한 뒷담화에 감정을 몰입한다.


도약을 거듭한 말이 최종 청자에게 닿을 때,

최초 발화자의 의도 위에 1차 전달자의 자의성과 2차 전달자의 타의성이 겹겹이 덧입혀진 말은,

차수가 더해질수록 채색은 짙어지고 골계는 무너진다.

마지막 청자는 그 중층적 가중성 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죄의식에 휩싸인다.


얼굴에서 시작된 말이 제 혀에도 닿지 못하고 끝내 한 인간의 얼굴을 찌그러뜨리는 순간,

가르시시스트는

씩 웃는다.


빛이 시간의 무리를 수평 위로 서서히 걷어 올리고 늘어진 목처럼 어둠이 드리우면 그들은 외로워진다.

축여도 축여도 가시지 않는 목마름의 시간이 열린다.

그 갈증은 본디 갈증이 아니라 질투의 봉인 때문이다.

그것은 감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종류다.


바람보다 자주 곁을 두드리는 포말이 묻어도

외로움은 별보다 높이 박혀

그들 생의 한 철을 남루하게 집어삼킨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