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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기의 좋은 점 2.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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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글쓰기 장르의 총체가 아닐 수 없다.

상대에게 닿지 한 불면의 애틋함을 담아 낸 시가 되기도 하고.

하루 중에 습득한 정보나 사건들을 나열한 논픽션이 되기도 하고.

일상에 본인만이 설정해 놓은 여러 퀘스트들을 은밀하고 모험적으로 풀어 나가는 판타지가 되기도 하고.

자신이 경험한 지나간 것들을 돌이켜 내밀하게 서술하는 회상문의 장르적 색채를 띨 수도 있다.


일기의 본질은 자아와 세상의 만남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의 사건의 서사들을 내면의 은밀한 서정적 의례를 거쳐 전환시키는 작업이다.

그것은 매우 내밀하고 하이브리드한 창조적 과정이다.


브런치와 블로그에 '일기'를 쓰게 되면서 좋은 점


6) 좀 더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말하는 것과 좀 달라서 인식, 사유, 고쳐 씀의 순환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세상의 맥락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판단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나열해 보게 되는 것인데 그 배치들이 적당한지 뒤집어 생각해 보고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더하게 되니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자연스럽게 나와 내 주변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7)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는 주로 일기를 새벽에 쓰게 되는데 홍삼차를 옆에 두고 시작한다.

홍삼차를 끓이는 약간의 번거로움부터가 시작이다.

보통 어제의 얘기와 생각들을 끄집어 내기 때문에 '시간적인 불연속'이 담보된다.

거칠고 달뜬 감정들이 좀 더 '객관화'의 시간적 과정을 거친 성찰적인 끄적임으로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뜨겁던 차가 다 식어 버린 경우가 많다.

켜켜했던 분노와 아쉬움, 헤깔렸던 기쁨과 흥분들이 잦아들어간다.


8) 입이 풀린다.

글을 쓴다는 것은, 특히 일기를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개인적 감정, 생각들을 정화하여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언어로 변환시키는 '내면의 소통'이 필요하기에 말하는 능력도 발전하게 된다. 좀 더 실효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가 있다.

뭔가 어수선했던 삶도 좀 더 간추려진다.


9) 좋은 습관이 형성된다.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그것도 내밀한 속아지의 형태가 아닌 내면와 외부의 간듯한 줄타기를 염두하며 '공개적인 일기 쓰기'를 거듭한다는 것은 책임감을 수반시킨다.

큰 변화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독서, 공부, 관찰, 취재, 운동 등 긍정적인 습관을 모색, 형성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계속 그 재료와 방편을 찾아보고 있다.


10) 교육적 효과가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개인과 가족 구성원에게 특히 자식에게 좋은 외부 효과를 가져 온다.

나의 경우 이제 시공간만 함께 해줘도 만족하고, 간지럼만 태워도 웃어주는 딸이 아니다.

4학년에 접어 드는, 맞벌이 부모의 외동인, 광산 김의 유일한 적자인 딸이 있는 집으로 퇴근 하는 것이 어떨 땐 좀 두렵기도 한 비극의 조연이이었던 나는 좀 달라졌다.

유튜브 시청 시간이 급감 했고, 서대문 도서관에 가서 5년 만에 다시 회원증을 재발급 받아 대출을 하게 되었고, 새벽마다 일어나면 브런치와 블로그 이웃들의 좋은 글들을 살펴 보며 자극 받고 감동이란 것을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아빠와 애증을 거듭하는 내 딸이 그 과정과 결과들을 온전히 지켜 보고 있다.

이번 주말에 같이 책 빌리러 가자고 한다. 자신이 쓴 일기도 게시판을 하나 만들어 올려주면 안 되냐고 한다. 차 안에서 혼자 짧은 소설을 써 봤다며 재잘댄다. 숙제 할 때 맞은 편에 꼭 앉으라 하는 내 딸 앞에서 핸드폰 대신 책을 펴니 숙제력이 증가했다.


좋은 점이 또 많은 것 같은데 일단 씻어야 한다.

제주도 이틀 탐방 후 출근이라 뭔가 더 서둘러야 한다.

천혜향도 안 사오고 제주도 마음샌드도 안 사왔기 때문에 좀 더 참하게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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