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이 자랑거리는 아니잖아요?

by 하니오웰

오늘은 우리팀 계주임(여)과 아이스 번떼를 다녀왔다.
날이 많이 풀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다른 추진력과 저돌성의 계주임은 전주시 자동차세 체납 5건(체납액 87만원) 차량을 발견하자 망설임 없이 추격에 나섰다.

우리 차는 모닝, 체납차량은 제네시스.
출력 차이가 두 배가 넘는데도 발컨과 과단성으로 끝내 놓치지 않는다.

고급 빌라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차.

"저기요. 선생님! 서ㅇㅇ 구청 번호판 영치팀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관리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험상궂은 중년남이 눈을 희번덕인다.
"자동차세 체납 중이세요."
"알아요. 낼 겁니다. 이렇게 남의 주차장에 막 들어와도 됩니까?"
"됩니다. 저희 카메라에 잡힌 이상 절반 이상 납부하셔야 합니다."
"전주 시청에 분납중입니다. 그냥 가주세요."
"안 됩니다. 일부납부라도 안 하시면 영치해 가야 합니다."

침묵 속 대치 1 분.

"알겠습니다. 한 건 내겠습니다."
"그럼 제일 큰 걸로 내세요. 31만원 짜리"
"알겠으니까 이제 가세요."
"수납 확인 돼야 갈 겁니다."

장사 하루 이틀 하나. 당찬 계주임 만만세다.

다시 1분.

결국 실시간 수납 확인이 끝났다.

"그런데 저 통풍 환자입니다. 눈을 부라리고 너무 하시네. 거 참 고압적이네. 몰라서 안 냅니까? 굳이 왜 협박을 합니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내가 나선다.

"알아도 안 내니까 문제죠. 체납이 자랑거리는 아니잖아요? 통풍이요? 고생 많으십니다.
저는 선천성 뇌성마비입니다. 물론 이 또한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엄동설한에 저희가 왜 굳이 나옵니까. 우리 각자 자기 일 하고 사는 겁니다."

"알겠어요. 챙겨서 납부할게요."
이 정도 체납자면 10점 만점에 8점은 된다.

돌아오는 길.
"아까 잘 했어. 돌아가자 이제."
"저 쪽 골목 한 번만 더 돌고 가시죠.
3월 전에 과태료 많이 땡겨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