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산만하냐면, 글 한 줄을 쓰다 말고 문득 떠오른 친구와 카톡을 한다.
내가 오늘 어쨌냐면,
밤 열두 시 반에 잠들었다가
새벽 네 시 오십 분에 일어났다.
미라클 주니 방에 생존 신고를 하고,
새벽마다 깨어 있는 사무실 핵동상들과 카톡 수다를 한 시간 떨었다.
일곱 시 반에 일어난 마누라의 잔소리를 피해 씻으려다가 서재방으로 들어와 토지를 읽었다.
씻는 선수를 뺏겨 아직도 온몸이 근질거린다.
사무실 성경 묵상방을 나와 마누라가 들어가 있는 단출한 교회 묵상방에 들어갔는데,
루틴으로 삼아 아침 일찍 묵상을 하겠다고 리더와 약속해놓고,
이 시간 이 지경, 묵상은 아직이다.
어제 마누라가 전복 솥밥을 하고 남은 부추가 한 아름 있길래 통째로 김치찌개에 넣어 아침을 솔찬히 먹었다.
두 여자가 성경 학교라고 교회로 간 뒤, 사십 분 낮잠을 잤다.
요즘 매일 공저 리뷰 중이다.
오늘은 누구 것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밀도 높은 이브라이더 님 글을 택했다.
읽다 보니 감정이 너울져 두 번이나 울었다.
깊이 읽고 리뷰를 쓰고 나니 점심때가 훌쩍 넘었다.
부추김치찌개를 결국 내가 매조지해야 할 것이 뻔하여 점심도 아침 메뉴와 궤를 맞췄다.
총 균 쇠 함께 읽기 중이다.
운 좋게 일등 중인데, 그 외로움을 이어가고 싶어 p.433까지 읽었다.
p.406~p.427까지의 사진이 한몫하여 우사인 볼트 급 질주가 계속이다.
토지 함께 읽기도 일등 중이니, 내 인생에 이렇게 겹고독한 일등 시절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등수가 부질 있는 시절은 아니고, 가장 빨리 읽고 있다고 제일 잘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리 신나지는 않는다.
무언가를 함께 읽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와 함께 썼다는 기쁨을 안겨 준 블로그에 갑툭튀 고맙다.
오후 세 시가 넘도록 씻지도 않은 내가 한심해서, 씻어야겠다 마음먹었다가 '러브 미' 마지막 회를 틀었다.
주도현과 다니엘이 공항에서 헤어지는 장면에 아빠가 보고 싶어서 또 울었다.
포만이 올라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공상을 더했지만 재낮잠에는 실패했다.
아빠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글이 이렇게 튀었다.
나는 산만하다. 별 수 없다.
엄마, 아빠의 자식이라 별 수 없이 죽을 때까지 이러고 살 것 같다.
치매도 올 것 같다.
이제 씻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