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우리 딸 밥 주러 왔다.
내 마누라 박아무개는 그렇다.
남자를 고를 때 첫 번째 조건이 '유머'였다.
그것은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자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남자는 재미가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취향이다.
물론 썰렁한 남자들하고도 두루 잘 지내기는 한다.
새벽까지 마시고 들어올 때, 여자들하고만 있었던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내 딸 김거시기는 그렇다.
재밌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 사무실에 나보다 스무살 어린 남동생 놈이 있다.
이름은 '비제이'다.
삼 년 전부터 나랑 엄청 친해졌는데, 뽄새가 참 잘 맞다.
이빨 코드도 직관 코드도 말이다.
장난을 좋아하고 특유의 시니컬한 껄렁거림이 있다.
하니는 그 놈을 자주 만났는데,
그 놈의 건들거리는 걸음과 유머 코드를 속으로는 좋아하면서 겉으로는 싫은 척한다.
나랑 둘이 있을 때는 그 놈 말투와 몸짓을 따라한다.
그 녀석에 대한 딸과의 대화는 이런 식이다.
"하니야, 오늘 잘 생긴 비제이 삼촌이랑 저녁 먹고 갈 거야"
"우웩! 잘 생겼다구. 아빠 눈까리가 삐었음?"
"왜? 비제이 삼촌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 재밌기도 해서"
"참 나, 좀 재미있는 건 인정. 잘 생긴 건 에바야"
오늘 점심 대화는 이랬다.
"하니야, 갈비탕 오야 먹어. 아빤 이따가 잘 생긴 비제이 삼촌이랑 출장 갈 듯."
"비제이 삼촌이 잘 생겼다고? 아빠 눈 빻았어? 비제이 삼촌보다 구리 삼촌이 낫다니까!"
하니는 빙그레 웃고 있다.
밥을 차려주고 회사로 향하는 나에게
양쪽 가운데 손가락을 애매하게 들며 굿바이 인사를 한다.
나도 손가락을 올린다.
이런 멘트, 장난질.
마누라는 경악한다.
우리 부녀는 이러고 논다.
재밌는 사람을 싫어할 이유가 있겠는가?
부질없음이 부질있음이고,
부질있음이 부질없음인 요지경 세상.
장난 치며 살자.
엄중, 엄숙.
아주 그냥 딱 질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