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할머니 기다리시는데 안 갈 거니?”

by 하니오웰

엄마가 장모님께 명절마다 보내시는 갈비에서 비롯된 오해로 우리 부부는 다투었다.

덕분에 어제 오후는 팽팽하게 식어 있었다.


부부 싸움이란 것이 대개 그렇듯, 바랜 섭섭함을 엉뚱한 구실에 실어 할퀸 곳을 다시 끄집어내 후빈다.

아빠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던 딸은 괜스레 나에게 산책을 가자고, 노래방도 가자고 했다.


서로 말 걸기 싫은 시간 속에서 알량한 자존심만 세웠다.


“여러분, 할머니 기다리시는데 안 갈 거니?”


하니가 다리를 놓는다.


늦게 시작한 저녁.

마누라가 회를 먹고 싶다기에 구산역 '어촌어시장'에서 우럭과 숭어를 시키고, 하니 몫의 산낙지를 추가했다.

흐물흐물한 한 접시를 아무렇지 않게 뚝딱 비우는 딸을 볼 때마다 놀랍다.

엄마는 소주 잔을 연거푸 비우며 신이 났다.

콘치즈 한 판이 크게 나왔고, 할머니가 자꾸 집어 드시자 손녀는 자기 접시에 몇 움큼을 덜어 쌓아둔다.


집으로 돌아와 두 여자는 와인을, 나는 무알코올 맥주를 따른다.

보일러를 몰래 24도까지 올려 두었더니 마루에 누운 엄마가 덥다 하시면서도 손녀 목소리에 연신 웃으신다.


몇십 년 묵은 대본처럼 새벽부터 함께 깨어 있던 모자.

몇 번이나 내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던 방을 들락이던 엄마.

햇빛이 번지자 기어코 형광등을 끄고 나가신다.


설날 아침은 늘 빕스다.

하니만 깨면 된다.


가족은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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