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놈의 존댓말.

by 하니오웰


지난 금요일.

침대 놀이를 마친 딸은 아직 아쉬운 표정이다.

다행인지, 정말 다행인지 여전히 아빠와의 데이트를 좋아한다.


"아빠! 나 숙제 다 하면 노래방 가자"


"오우케이~"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숙제를 끝낸 아이의 손을 잡고, 자주 가는 코인 노래방으로 향한다.

여덟 곡을 선결제한다.


데이식스 -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데이식스 - Happy

아이유 - 정거장

여자아이들 -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이무진 - 신호등

데이식스 - 예뻤어

엔플라잉 - 피었습니다

소녀시대 - 다시 만난 세계


이 순서로 부른다.

선곡에 막힘이 없다.

거의 의식처럼.


딸은 데이식스 Young K의 팬이다.

지 아비를 닮아 오래 가지는 못해 묵은 팬은 되지 못한다. 최애는 자주 바뀐다.

제 어미를 닮아 체계적이라, 노래방 선곡 리스트는 그 빵에 그 고기다.


아빠에게는 단 한 번도 주지 않으면서 마이크는 꼭 두 개를 들고 들어간다.

나는 데이식스 노래 때는 아이와의 셀카에 집중하고

이쁜 아이유와 여자아이들 순서에는 화면에 집중한다.


이무진 신호등을 처음 부른다.

나는 가사에 유념했다.

이무진은 참 가사를 잘 쓴다.

마지막은 소녀시대다.

뮤비는 안 나오고 MR만 흐른다.

막내 서현을 못 봐 매번 아쉽다.


귀요미 딸의 마지막 곡과 첫 곡은 매양 저러하다.


노래방에서 흥을 한껏 세운 딸, 야식을 좋아하는 이쁜이는.


"아빠! 양꼬치 먹으러 가자. 오늘 금요일이잖아요. 야식 사주세요~"


아 저놈의 존댓말.


우리 딸은 무조건 매운 양념. 나는 오리지널.

열 꼬치씩 시킨다.


"아빠, 빙홍차도 시켜줘. 금요일이니까요."


빙홍차 500ml 중에 나한테는 꼴랑 100ml 정도 준다.


"아가, 아빠 빙홍차 좀 더 주세요.

금요일이잖아요. 내가 계산하잖아요."


"응 안 돼."


두 손 맞잡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저마다의 닮은 기분이 되어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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