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퍼스트 각형.
나의 엄마.
나의 백팀.
1950년 12월 생이다.
당신 말씀으로는 1949년 생인데, 출생 신고가 늦었단다.
아들의 생시를 정확히 기억 못 하셔서, 나는 아직 사주를 보지 못했다.
그저께,
나는 사무실 브로들과 올해 들어온 신규 직원들과 객쩍은 농담을 나누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두두두. 싸늘한 문자가 몇 통 왔다. 발신자는 백팀 감독이었다.
머릿속 망각의 지렁이와 노니느라 바쁜 엄마였다.
심퍼시와 엠퍼시로 중무장한 엄마의 첫 터치부터 예봉이 날카로웠다.
6분, 7분 뒤 문자까지는 버틸만했다. 11분 뒤 문자에서 나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일행에 양해를 구하고 갈현동으로 달려갔다.
앞도 없고 뒤도 없는 엄마의 말씀들. 사십 년 넘은 스덴 그릇에는 오늘도 라면이 담겨 있다.
갈라진 엄마의 손을 한 시간 넘게 잡고 이정구 선생님, 울 형아 얘기, 엄마 어릴 때 동구 밖 과수원 길 이야기를 들었다.
"이쁜 엄마야, 나 오늘 자고 가도 돼?"
"무슨 말이냐. 안 된다. 이쁜 네 각시랑,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랑 가서 자라. 냉큼 가라. 내일 출근해야지."
"난 엄마랑 자고 싶은데? 엄마. 그러면 금요일에는 와서 자도 돼?"
"그래, 금요일은 된다. 이정구 선생님은..."
두 마디 전 말씀을 그새 잊고 외할배 레퍼토리 다시 꺼내신다.
이쁜 엄마야, 나 또 곧 갈게.
나의 세컨드 각형.
나의 딸.
나의 청팀.
2015년 6월 생이다.
나는 그날 저녁 7시 54분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날 양 팀 선발은 기아 양현종, 두산 유희관이었다.
우리 딸은 불광동 은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2015.6.2, PM 7:54
간호사 : "아버님, 지금 야구 보고 계시는 거예요? 하하하. 들어가 보세요. 방금 공주님 태어났어요."
오웰 :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야구 보고 있던 건 산모한테는 비밀입니다."
간호사 : "하하하"
고맙게 달력을 넘기다 보니 청팀 감독이 어느새 열두 살이다.
나는 백팀 감독으로부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배웠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을 배웠다.
배웠다기보다, 엄마는 당신의 삶으로 그것을 지켜 증명해 주었다.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청팀 감독을 내가 이토록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백팀 감독이 당신의 색을 다 비워내고 순백의 헌신으로 나를 키워주셨기 때문이다.
어젯밤, 백팀과 청팀의 통화.
백 : "아가, 이제 아픈 데 없냐? 할미가 맛있는 거 한 번도 못 사줘서 미안하다. 다음에 오면 갈비 사줄게"
청 : "할머니, 알겠어요. 아빠랑 금방 또 갈게요. 할머니 사랑해요."
백 : "하하하, 할미도 너 사랑한다. 아프지 말고 아빠랑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