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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깊은 조언과 2014.11.15 태교일기

by 하니오웰


어제는 찬란한 금요일이었고 마늘은 약속이 있던 날.

나는 칼퇴 후 내 딸이랑 집에서 고추 바사삭 치킨을 흡입하고, 구청 앞 이디야에서 베이글에 망고 플랫치노를 흡입하고 손 잡고 다이소 현질도 마치고 들어 오느라 꽤 바빴다.

마누라는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이쁜 딸과 '이영지의 레인보우'를 보고 있던 내가 꽤 멍하니 앉아 있었나 보다.


사무실 사람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의 나에게 마늘은 신경을 잘 써준다.

마늘과 나는 '즌 데에서 은따 당해 있는 사람을 잘 챙기고, 그 배척과 분열을 획책하는 사람을 간파하는' 더듬이가 잘 발달 되어 있어서 2011년 가까워졌고 결혼에 이르렀다.

평소에는 대화량이 별로 없지만 이렇게 내가 힘들어 할 때면 '누나 모드'를 장착시켜서 혜안의 해법을 준다.


"오빠. 나는 누군가 내게 정말 아끼는 사람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 한 번도 그 말을 전달 한 적이 없어.

정말 아끼면 그 자리에서 그 사람에 대해 과하지 않게 변호해 주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 하라고 말하고 빠지는 것이 정말 아끼는 사람을 지켜주고 존중해 주는 자세라고 생각해."


"잡설들에 일일이 아파하지 말고 그냥 오빠의 삶을 살아. 내 삶 잘 지켜 꾸리기에도 바쁜게 인생이지 않니?"


"사람은 침묵할 때 가장 충만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아."


현명한 마늘 덕에 잠도 좀 잤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자 마자 드는 생각.


뒷담화와 남을 욕하는 것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아로 새기는 사람들은 '사랑을 갈급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나 여기 있다고, 나도 좀 봐달라고'


나의 이등변들 덕에 그래도 또 산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좀 찾아보니 2014년 11월 15일의 귀여운 태교 끄적임이 있어 아껴 올린다.






라미야.

너의 10주 차 사진이야.

2.9cm 라네.

2주 전에 1.4cm 더니. 무럭무럭 커주고 있구나.

아빠랑 엄마는 라미가 엄청 보고 싶다.

바라봐주고, 만져주고, 들어주고, 맡아주고, 느껴주고 싶어.

엄마랑 은혜산부인과에 가서 이 사진을 찍은 후.

엄마는 삼성역의 친한 언니 결혼식에.

아빠는 등촌역의 ㅇㅇ 삼촌 집들이에 갔단다.

ㅅㅅ 삼촌네(이 삼촌네는 아빠가 소개팅을 해줘서 결혼까지 이른 커플이란다.)도 함께 했지.

어제는 ㅅㅅ 삼촌이 7급 승진을 한 날이기도 하지.


ㅅㅅ 삼촌네는 준호(7), 준원(5) 형제가 있고, ㅇㅇ 삼촌네는 현우(4)가 있어.

아빠가 결혼이 늦어서 라미가 이 삼촌네 자식들하고 놀아 보려면 힘이 좀 부치겠네. 미안.

우리는 중국집에서 시킨 요리랑 치킨 등을 두고 추억 여행을 했지.

아빠랑은 10년 된 친구들이야.

ㅁㅁ 이모네와 더불어 아빠가 평생 친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야.


정이라는 것, 우정이라는 것, 의리라는 것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하고, 부단히 책임 귀속적인 과정인 것 같아.

매사가 다 그러 하겠지만.

우정을 지킨다는 것은 서로를 견뎌주며 만남을 더해가면서, 이해와 오해 사이의 복합적인 것들을 '시간'이라는 수단의 흐름 속에서 서로 잘 버무려 잦아들게 하는 과정인 것 같아.

아빠가 좋은 삼촌 이모들과 건강한 우정 잘 유지해서 우리 라미에게 한 명씩 소개시켜줄께.

오랜만에 아빠는 한 잔 술을 걸쳐 기분 좋은 밤이었다.


우리 2.9 cm 라미! 만세!! 만만세!!!


14.10.5 최초 초음파 사진
14.11.1 두 번째 초음파 사진


내 이쁜 마늘이 초기에 몇 번 썼던 태교 일기를 덧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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