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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계해야 할 것들.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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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을 믿지 않고 '사람 사이의 거리'를 믿는다.

항상 우리는 나와 너 사이의 '원근법'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13년에 생각했던 '내가 경계해야 할 것'이라는 사념에 사족을 더해 봤다.

곱씹어 볼만 하다.


특히. 약해진 '요즘'



1. 자기 동정에 의한 주체성의 낭비를 타인의 동정 부족으로 돌리는 나약함.

- 장애인이라는 조건에서 오는 열등감과 왕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좀 더 자주적이나 독립적으로 서지 못하고 타인의 동정이나 도움을 기대 하려는 나약함을 경계함.


2. 삶의 속도에 대한 일관을 놓치고 외치는 그 게으름에의 아첨.

- 비행기가 떠 있으려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자꾸 타협하고 게을러지는 것을 경계함.


3. 말보다 투박한 행동의 위대함을 모르고 혀를 굴리는 만용.

- 천성적으로 입이 벌구화 되어 있고 농담을 즐기는 성격이므로 말수가 많아지는 것을 경계함.


4. 자신의 교조를 인정하지 못하고 남의 무지를 탓하는 오만.

- 스스로가 세운 신념이나 생각만을 옳다고 여기고 비판에 방어적이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며 더 나아가 같은 인간을 시혜적으로 보려 하는 그 극악한 건방짐을 경계함.


5. 개인의 퇴보를 침묵과 웃음으로 숨기고 집단적 망상에 편승하려는 허위.

- 스스로의 정체나 오히려 후퇴함을 적당한 말줄임표나 가식적인 웃음으로 숨기고 집단적 이기주의나 과잉 신념의 깃발 뒤에 숨어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입장을 바꿔 가며 생존만을 거듭하는 것을 경계함.


6. 타인의 아픔의 일부가 자기로 인하였음을 모른체하고 살아가는 몰인정.

- 타인의 고통을 목도할 때 공감하는 시늉을 내며 슬라이스한 걱정 스캣이나 싸구려 이모티콘을 날리지만 무감하게 행복한 일상을 유지하며 심지어 그 아픔의 원인이 자기가 던진 말이나 행동 때문임을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 만연한 '비인간성'을 경계함.


7. 자신을 추스르는 것으로 남을 추스려준다고 착각하는 멍청함.

- 본인의 안위와 이익만을 챙기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기 안도나 위안을 위한 계산된 배려(상대의 반응에 맞추는 전략적 술수)를 행한 것을 순수한 이타심을 발현하여 남을 가누어 주었다 여기는 착각을 경계함.


8. 깊게 패여 있는 자신의 추한 주름을 삶의 여유라고 속이는 위선.

- 진정한 나이의 기품이 '숫자의 가감이 아닌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을 알리 없는. 자신의 시대가 기울어진 것을 인정하지 않고 가증스러운 단순함만을 반복하는 삶을 통해서 짙어진 촘촘하게 추해진 주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값지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온 척, 너그러운 척 하는 그 부박한 위선을 경계함.


9. 보편과 집단에 기대어 획득한 선험적 온정주의의 뒤에 숨는 비겁함.

- 그것이 방관이며 비겁한 집단주의에 편승한 은거임을 알면서도 항상 양쪽을 절충하는(기실 그 양쪽은 자신이 설정함) '중간이 정당하다'는 편리한 논리 속에 숨어 있다가 개인의 자주성을 묵살하고 누르려는 기제가 발동하면 집단과 익명이 선사한 방패에 더 깊이 숨어 들어가는 기회주의를 경계함.


10. 어린이일 때 어른을, 어른이 되면 어린이를 탐내는 찌그러진 소유욕.

- 어린이가 어른을 탐내는 것은 순수하다. 어린 시절의 전체에서 떨어져 외로워진 어른이 어린 시절 향유했던 순수했던 직관만의 세계, 초월적인 낙관주의, 조금 더 자연과 피안에 가까이 있는 어린 시절을 다시 훔치려 하는 뭉그러진 탐욕을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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