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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 (2월 반추, 3월 다짐)

by 하니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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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2,032 세대의 강동구 아파트로 이사간 친한 동생네 집들이를 다녀왔다.

2011년 마늘과 시작할 때 우리 부부랑 겹친했던 순수하고 이쁜 동생.

비밀 커플 상태를 6개월 지키다 '미안해. 우리 이렇게 되었어' 알려 준 날. 엄청 놀라며 우리랑 함께 새벽 3시까지 취해가던 착한 동생.

결혼 후 9년간 갈현동 한 집에서 계속 살다가 청약에 당첨되어 지겨워 하던 은평구를 떠날 수 있었다.

남편도 살짝 빙빙 과라 나랑 코드가 잘 맞는다. 솔직하고 허위가 적다. 어제도 유튜버의 꿈을 공유하며 서로 주먹을 10번 넘게 부딪혔다.

"형님. 아쉽지만 형님의 길을 응원 드립니다."

원래는 잔을 드높여 부딪혀야 하는데 주먹으로 대신 했고 정성스런 음식 준비(호박 오리찜, 회, 보쌈)에 술이 무척 당겼지만 익숙하게(이제 정말 익숙함) 잘 참아냈다.


대리 운전을 부를 필요가 없는 귀가길. 금주 중인 내가 이럴 때 이쁘다는 마늘의 말에 기분이 참 좋았다.

옆자리 이쁜 딸래미는 그래도 묵묵부답. 역시 신중하시다.

동행 했던 국세청 직장 선배님을 내려드리고 집에 와서 답글도 달고 책도 좀 봤다.

10만원이나 용돈을 받아 내일 홍대 가서 또 옷을 사겠다며 신난 하니는 숙제를 빨리 끝내고 기분이 좋았는지 오랜만에 내 옆에 붙어 독서를 했다.


11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서너 번 깬 것은 어쩔 수 없는 쉼표들이고 일어나 보니 새벽 5시 59분이었다.

큰 일이었다. 늦모닝도 이런 늦모닝이.

나는 3월 1일부터 '미라클 주니 6기'를 시작했다. 블로그 귀한 이웃님인 '사랑주니'님이 리드 하시는 모임.

매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각자의 기상 시간을 알리고 독서, 운동, 필사, 글쓰기, 명상, 기도 등 본인에 맞는 루틴을 정하여 그 실천 과정을 단톡방에 공유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경험과 성취감을 더해가는 모임이다.

존재를 인지한 이상 불면대장인 내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알림글을 보자마자 신청했다.

나의 기상 약속 시간은 5시였는데 한 시간 늦었다.

홍삼꿀차를 끓이고 독서를 시작한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다른 이웃님이 진행하시는 독서 기록 모임에서 선정한 책으로 907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다. 어려운 책인데 지침서로 삼고 계속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졸며 비비며 30분을 읽었다.


나의 2월은.

1) 딸이 방학이라 점심 때마다 집에 와서 밥을 챙겨줘야 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사랑하는 딸을 보는 것만으로의 힐링이 있었다. 아이의 요구는 다채로왔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 노력했지만 결과가 항상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직접 요리를 해주는 것에서 뒤로 갈수록 원포인트 배달 음식 주문으로 방법을 대체하였다.

2) 사무실에서 인간관계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예상치 못 했던 바나나킥을 맞았고 일주일 넘게 이해관계자들과 금언을 지속했다. 마음은 풀었지만 상처는 옅어질 지언정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베어냄의 과정을 좀 거쳤다. 시간을 좀 흘려 보낸 지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어떤 역사는 가끔 제자리만을 지켜야한다.

3) 세무사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다. 자녀 교육과 부부 관계에 대해서 좀 깊은 대화를 나누었고 며칠간 감정과 생각의 파고가 높았다. 나의 결론은 '시간에 내맡기자'

4) 마늘과 딸이 횡성 기도원을 간 사이에 대학교 때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가족과 깔끔하게 분리된 번개 여행의 변곡점이 참 좋았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에 대한 심신과 돈의 준비를 좀 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5) 연예인 '김새론'이 떠났다. 알수록 안 좋은 죽음이었다. 1월 달에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과 더불어 어떠한 예측할 수 없는 '죽음'들이 안겨줄 수 밖에 없는 아픔과 시림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은 필요불가결하게 필요한 과정이다.

6) 나의 삼각형들과 서천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가 내 동거 가족 여행에 동행한 것은 5년만이었다. 첫 날 더 할 나위 없는 행복을 쌓다가 이튿날 나의 속아지와 화로 끝이 안 좋았다. 나의 반성은 그 무렵 잘 이루어졌다고 여겼지만 낮아진 발화점을 마늘과 딸에게 지속적으로 현현했고 그들은 힘들어했다. 해법을 생각 중.


나의 3월은.

1) '미라클 모닝' 시작 : 나는 꾸준할 것이고 아웃풋만 일삼던 두 달에 견줄 대칭점(독서)을 잘 찍어갈 것이다. 근면 성실한 글벗들과의 '회포'를 더해갈 생각에 신이 난다.

2) '금주'의 지속 : 이제 66일도 훌쩍 지났기에 나의 행동이 습관을 넘은 하나의 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정을 계속해 갈 것이다.

3) 삼각형에 대한 집중 : 좋은 글벗들을 많이 많나 좋은 말씀들을 차고 넘치게 듣고 있다. 이제 그 고담준론들을 현실에 잘 적용시켜가면 된다. 그 대상의 시종은 나의 삼각형들이어야 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업수이 여기고 익숙하다고 무의식적인 무례를 쌓아가다 보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나는 망실될 것이다.

4) 좋은 사람 만나기 : '나는 부족하다'라는 대전제를 깔고 아무나는 아닌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성하고 회복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주변을 좀 더 밝고 지향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가고 싶다.

5) '화'를 다스릴 것 : 나 자신과 가까워져 내면을 들여다 볼 것. '힐러레나' 님이 주최하는 마음 치유 여행에 동참하여 내면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상처를 길어 올려 마주보고 위무하는 시간을 가져 볼 것이다.


좋은 결과의 획득은 힘들지만. 정답은 힘들지만. 과정 자체에 대한 집중과 오답의 반복이 나의 고도를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려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네 삶에 네비게이션이 있을리 없다.

그저 가다 보면 섣부른 너와 내가 만나 섣부른 나와 너를 조금 겨누어 주고 또 섣불리 각자 떠나가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관계란 덧셈(안다)와 뺄셈(모른다)의 변주곡이 만들어내는 평행선 속에 더하기 빼기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관계에 너무 천착할 필요도, 관계의 '유지를 위한 유지'에 급급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된다.

인생의 진정한 진보는 홀로 있는 시간 속에 이루어질 것이다.

읽고 쓰는 것을 계속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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