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연결이 끝난 자리, 관계가 시작됐다

by 생각의 결

아기는 태어나 한동안 자신과 엄마가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품에 안기면 따뜻해지고 울면 젖이 나오고, 불편함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면서 아기는 자신과 세계가 한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배고픔이 사라지고 포근함을 느끼는 것들이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난 일인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엄마는 아기에게 타인이 아닌 공기와 같은 환경에 가깝다. 엄마가 사라진다는 개념도 아직 없다. 사라진다는 것은 분리를 전제로 하지만 분리는 아직 시작도 안 했기 때문이다.


이 무경계의 시기를 내가 감각적으로 눈치를 챘는지는 몰라도 아기가 느끼는 한 덩어리의 세계에 나는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1화에서 내가 말했듯이 3~4개월까지는 나는 모성애가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울면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지만 이 아기를 내가 돌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일정한 시간에 맞춰 내가 일을 한다고 생각되었다.(생각보다 아기가 먹고 자고 배설하는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었다.)


나는 감각에는 둔하지만 관계의 신호에는 민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연결보다는 단절의 느낌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일이 늦게 끝나는 남편이라 밤에 혼자 있을 때면 아기가 아기침대에서 걸어 나와 나를 빤히 쳐다볼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매우 낯설었다. 그래서 초보엄마여서 혼자가 무서웠던 것이 아니라 아기와 내가 연결되어 있지 않은 채 무생물이 움직이고 있는 듯한 존재로 느껴져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나를 쳐다보는 눈빛에 변화가 생긴다. 처음에는 그냥 응시한다의 눈빛이지만 진정한 눈 맞춤이 일어나 나의 표정을 읽고 바라본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꼈다. 분리가 시작되고 관계가 생겨난 순간이다.


이런 생물학적인 공생의 정의와는 다른 의미에서 아기는 환경을 충분히 경험한 뒤, 어느 순간부터 '외부'가 생긴다. 하나였던 존재가 둘로 나뉘는 순간 관계가 생기고 우리가 말하는 타인과의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런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한 때 누군가와 구분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완전한 연결이 끝난 자리에서 평생의 관계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