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윅스, 나의 작은 종교

by 생각의 결

아기가 태어나고 한 해를 지나기 전까지 10번의 정신 성장 급증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육아를 하고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다. 이러한 시기를 원더윅스(wonder weeks)라고 한다. 각 정신적 도약을 거치게 되면서 여러 가지 능력을 획득하고 그 과정에서 아기는 혼란과 불안을 느껴 많이 보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아기는 50일부터 통잠을 자기 시작해서 너무 안 일어나 저혈당이 올까 걱정되어 일부러 깨워서 수유를 하는 정도였다. 그리고 수유시간, 배변시간, 수면시간이 거의 일정했기 때문에 사실 육아가 내 체질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쉬웠다. 바로 원더윅스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 물론 나도 알고 싶지 않았지만 유난히 힘든 그런 날들이 있어서 찾아본 결과 아기들은 계단식으로 정신적 도약이 일어나고 그런 때가 되면 얼마동안은 보채는 것이 심해진다고 했다.


한 번은 너무 잠을 자지 않고 울고 보채어 내 정신이 산산조각으로 깨어진 밤이 있었다. 그날 새벽에 잠시 아기를 맡기고 남편에게 쓰레기를 좀 버리고 온다고 하고 나가서 동네를 돌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쓰레기를 버리고 온 게 아니라 감정쓰레기를 버리고 온 날이었다.


원더윅스는 과학적이 아니고 통계적으로 나타난 한 가지의 주장일 뿐이지만 나에게는 그 이후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분명 내가 키워가고 있고 어제도 그제도 본 내 아기지만 오늘은 다른 아기인 것 같을 때 어김없이 원더윅스시기였고 그때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너무 힘이 들 때 종교의 힘을 빌어 버티는 것처럼 그때 그 순간만큼은 나의 종교였다. 이 시기를 지나면 놀라운 능력이 하나 추가된다는 기대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매일이 달랐지만 순간적으로 확 컸다는 걸 느꼈을 때가 많았다. (참고로 결혼 전만 해도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하루가 다르게 크지는 않다. 반나절마다 크는 것 같다.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그리고 원더윅스마다 나타나는 특징들을 보고 정말 그렇게 되는지 난 면밀히 관찰했다. 여러 가지 중 하나를 이야기해 보자면 생후 2달쯤 나타나는 원더윅스 때 자신에게 손이 달려있다는 것을 인지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때 한 동안 자신의 주먹만 한참을 보는 모습을 보고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다 느끼기까지 했다. 물론 이건 정말 통계적 이론일 뿐 맹신해서는 안 된다. 나의 아기는 이게 잘 맞았던 것뿐이다.

낮부터 자기전까지 본다. 자기 몸에 손이 있다는 걸 처음 깨닫는 순간이다.

아기는 성장을 하고, 그 대가로 내 정신을 퇴보시킨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육아를 해나가는 나를 돌이켜 보면 나도 정신적으로 급성장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육아하는 이 기간이 원더윅스기간인 것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던가. 세 번 가지고는 택도 없다. 이렇게 아기도 부모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둘 다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하니 어찌 보면 부모는 아기보다 오래 세상을 살아간 것뿐이다.


아기와 부모는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며 인간이 되어가는 동반자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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