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간'이 알려주는 본성의 의미

by 생각의 결

난 아기가 태어나면 여타 다른 동물들의 새끼가 그러하듯 모유수유는 그냥 되는 건 줄 알았다. 아기의 입에 젖을 물리면 모유가 샘솟는 줄 알았고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병원에 모인 산모들은 첫아기를 마주하며 모유수유 자세를 배우고 수유를 시도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냥 아기와 스킨십하고 안아보는 그런 시간일 뿐이다. 젖을 물리는 것조차 힘들다.


그렇게 수유실에서 나와 젖을 물리지 못해 유축기라는 기계가 대신 초유를 빼서 아기에게 전한다. 말이 유축하는 거지 실제로는 정말 소젖 짜듯이 짜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게 맞긴 하다.


그렇게 모유수유를 시도하며 많은 상처가 가슴에 남았다. 매일 연고를 바르고 쓰라림을 참아가며 난 바보같이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다. 눈물겨운 모성애인가 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빠는 행동이 치아와 턱발달에 좋고 신경과 뇌발달에 좋기 때문이다. 물론 영양공급이나 면역에 좋고 완전식품이라고는 하지만 엄마의 영양상태와 건강에 따라 모유의 질이 결정된다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내 모유보다 분유가 더 좋을 것 같았다.


아기가 젖을 빠는 힘은 정말 강하다. 유축기를 가장 세게 해도 젖이 단단해지고 열과 몸살이 동반된 이른바 젖몸살이 난다. 아주 깊은 곳까지의 모유를 빼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젖이 단단해져서 너무 아파 눈물이 날 때 아이가 몇 번만 제대로 빨아주면 돌덩이 가슴이 부드럽고 말랑하게 풀린다.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몇 시간 참은 소변을 한 번에 코끼리처럼 배출하는 그런 시원한 느낌이다.)


이렇게 젖을 힘차게 빠는 것도 아기가 입 옆을 손으로 가볍게 톡톡 두드리면 얼굴을 돌려 젖을 찾는 것도 모두 신생아들이 가지고 태어나는 반사 중에 하나이고, 이러한 반사들은 생존반사나 마찬가지이다.


막 태어난 신생아들도 살기 위한 본능으로 반사적 행동들을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살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렇게 살기 위한 본능을 장착하고 태어난 아기를 보면 힘들었던 나의 시절이 떠올랐다. 한 때 어려움이 있었던 나도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하루하루가 벅차고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은 어릴 적 내게는 삶을 포기하고 싶다와 같은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였다.


그런데 이 작디작은 생명체는 살기를 원한다. 물론 세상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삶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도 본능적으로 살고 싶을 것이다. 이 신생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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