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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사 Jun 16. 2023

하드코어한 엔지니어링 문화

On Entrepreneurship and Business | 기업가정신

“향후 획기적인 트위터 2.0을 구축하고 더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하려면 극도로 노력해야 합니다. 고강도의 장시간 근로를 의미할 것입니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직원들만 살아남을 것입니다.”


“Going forward, to build a breakthrough Twitter 2.0 and succeed in an increasingly competitive world, we will need to be extremely hardcore, this will mean working long hours at high intensity. Only exceptional performance will constitute a passing grade.”


보낸 사람: Elon Musk 
날짜: 2022 년 11 월 9 일 [타임 스탬프 제거됨]
받는 사람: (트위터) 팀

회사 전체에 보내는 첫 번째 이메일이라 죄송하지만, 이 메시지를 좋게 포장할 방법이 없군요.

솔직히 말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광고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 같은 회사에게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암울합니다. 게다가 광고의 70%가 특별한 성과 덕분이 아닌 브랜드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두 배로 취약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열흘 동안 트위터 블루 인증 구독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팀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상당한 구독 수익이 없으면 트위터는 다가오는 경기 침체기를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위터 매출의 절반 정도는 구독 수익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전히 광고에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므로, 저는 영업 및 파트너십 팀과 함께 트위터가 광고주들에게 계속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Robin, Yoel과 제가 주최한 트위터 스페이스 토론을 소개합니다: [링크] 

앞으로의 길은 험난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특별한 예외가 없는 한 더 이상 원격 근무가 허용되지 않도록 트위터 정책을 변경하고 있습니다. 임원들이 검토와 승인을 위한 예외 목록을 저에게 보낼 것입니다.

내일(목요일)부터 모든 직원은 주당 최소 40시간 이상 사무실에 출근해야 합니다. 물론 물리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중요한 개인적 사정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트위터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트위터의 잠재력은 정말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론


"파랑새가 해방되었다The bird is freed”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0월 27일, 그의 팔로워들과 소통하는 주된 채널이었던 소셜네트워킹 서비스SNS 트위터Twitter를 440억 달러(2023년 기준 한화로 약 56조 원)에 인수 완료한 후 해당 트윗을 남겼다. 그의 인수 이후 11월에 트위터는 뉴욕증시에서 상장 폐지되었고 머스크의 인수에 의해 회사는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그는 이어서 실적 악화를 통한 기업 가치 하락, 좌파 컨텐츠 중심으로 해당 플랫폼을 운영함으로써 트위터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로운 발언free speech을 훼손시킨 책임을 물어 최고 경영진을 해고했다. 물론 경영 수지 악화를 명목으로 트위터 직원의 절반에게도 해고 통지가 날아갔다. 


머스크는 남은 직원들에게 장시간의 근무를 당연시하고 원격 근무가 허용되지 않는 새로운 '하드코어' 트위터에 잔류하거나 그것이 싫다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메시지에 수백 명의 직원들이 스스로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인재까지 모두 이탈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머스크는 사무실로의 복귀 명령을 완화면서, 관리자들을 통해 핵심인재를 분류하도록 요청했다. 


2022년 11월 9일, 트위터의 새로운 소유주이자 CEO인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보낸 첫 번째 전사 이메일에서 트위터의 영구 재택근무 정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직원들에게 상당한 구독 수익 없이는 회사가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재택근무 없는 현장 복귀 명령은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먼저 시행한 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코로나가 잦아들자 2022년 5월 31일, 그는 테슬라 직원들에게 일주일에 최소 40시간 이상 사무실로 복귀하거나 사직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분명 순수한 IT 기업이던 트위터의 직장 문화는 제조업 및 엔지니어링 문화가 중심이 되는 테슬라의 직장 문화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공동 창립자이자 CEO를 지낸 잭 도시Jack Dorsey는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5월 직원들이 원한다면 앞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지속적인 원격 근무 정책을 도입한 최초의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일에 능해왔던 혁신가 머스크로서는 너무 “소프트한” 트위터의 조직 문화와 업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머스크의 직원들에 대한 일방적인 최후통첩은 많은 미디어에 보도되었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큰 재정적 후폭풍을 가져왔다. 머스크의 트위터에 대한 반감으로 많은 광고주가 트위터에 대한 광고 지출을 선언했는데, 머스크와 새로운 매니지먼트 팀이 트위터상의 혐오 발언, 온라인 괴롭힘, 가짜 계정 및 사기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때까지 트위터에 대한 광고비 지출을 중단하겠다는 것이었다. 트위터의 주요 수익원이 되는 광고주들 중에는, 제너럴 모터스, 폭스바겐 등 메이저 자동차 업체를 포함해 제너럴 밀스 등 소비재 기업들이 동참했는데, 일부 브랜드들은 광고 중단의 이유를 인권 단체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의 최후통첩은 결과적으로 새로운 "하드코어" 트위터에 헌신할 결정을 하던지, 아니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라는 것이었다. 하드코어 하다는 것은, 앞으로 트위터가 기존에 해왔던 것처럼 컨텐츠에 대한 인위적인 통제나 검열 등에 많은 인력과 비용, 시간을 쓰기보다는 무척이나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그의 최후통첩에 대해 직원들은 하드코어한 업무 방침을 수긍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위터에 남을 것이지 다음 날까지 응답해야 했다. 


일론의 최후통첩에 따르면 하드코어로 변화하는 트위터 2.0은 "고강도로 장시간 근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직원만이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인수가 마무리되고 조직을 장악하자 기존의 고위 경영진들에게도 사실상의 해고를 통보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당시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위한 자금을 빌리기 위한 투자자 대상의 프리젠테이션에서 상당한 수준의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종적으로는 직원 수를 75% 가까이 줄이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구노력 제안은 일론의 인수 전까지 트위터가 적자 행진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과 인수 후 매년 약 10억 달러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보낸 첫 메일부터 위기감을 강조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회사 문화를 바꾸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2018년 모델 3의 생산 정체 문제로 회사 운영이 파산의 위기까지 이르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프레몬트 공장Fremont factory 바닥에서 침낭을 깔고 생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현장 직원들을 독려하고 지휘하면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유명하다(실제로 나중에 머스크는 트위터에서도 침낭을 깔고 운영 정상화 시점까지 버틸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링 중심의 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머스크는 또한 테슬라에서 엔지니어를 파견했는데, 이는 트위터에서 근무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직원을 평가하고 핵심인재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의 엔지니어링 중심의 트위터 운영에 대한 생각은 "훌륭한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직원들이 트위터 팀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또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실제 많은 직원들은 하드코어하게 일하는 조직으로의 변화에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일방적인 업무 지시에 의해 강압적으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게 된 트위터의 직원들도 분노했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해 무자비하고 몰상식한 리더십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일례로 워싱턴의 파이낸스 컨설턴트인 미셸 싱글터리Michelle Singletary는 한 칼럼에서 “일론 머스크는 직원을 ‘자르지 않는’ 방법을 보여주었다”며 반어적으로 비꼬았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최악의 방법으로 기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법으로 경영전문대학원 프로그램의 사례 연구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위터 인수 직후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을 “치프 트윗Chief twit”(twit은 실없는 사람, 바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으로 바꾼 것은 매우 적절한 일이라고 말하면서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끔찍한 방식으로, 기업의 규모를 축소시키는 나쁜 사례를 남겼다고 주장했다. 전체 7500여 명의 직원 중 대략 절반 정도가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고의 크기나 영향도에 비해 직원들을 내보내는 방식이 인간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머스크의 결정이 문자 메시지로 상대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례하고 무신경하며, 노골적으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트위터에서 해고된 직원의 사례를 들면서, 직원들이 업무용 컴퓨터에서 원격으로 강제 로그아웃되고 팀원들과 공유하던 슬랙Slack 협업 도구에서 계정이 삭제된 것을 두고 가족을 돌보고 생계를 꾸려야 할 팀원들에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트위터에서 해고된 직원들 중 상당수가 해당일 아침까지도 별도의 통지를 받지 못했거나, 업무용 이메일에 로그인이 되지 않는 것을 인지하고서야 해고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머스크가 더욱 비판받을 만한 일은, 해고가 진행된 핵심 엔지니어링 인력에 대해 인사 조치가 실수였다며 사과하고 다시 출근을 요청하는 것과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그의 하드코어 트위터를 향한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머스크는 트위터가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과 해고에 대한 반발에 대해 간략히 트위터를 통해 코멘트했다. 인력 감축은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 이전 경영진의 잘못이지만) 안타깝게도 회사가 하루 4백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싱글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인력들을 무자비하게 내보내는 것은 자신이 빌려온 인수 자금에 대한 이자 때문은 아닌가 돌아보라고 비꼬았다. 


2009년의 영화 ‘인 디 에어Up in the air’에서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는 1년에 322일 각지로 출장을 다니는 미국 최고의 전문 해고 컨설턴트로 등장한다. 전국을 돌면서 회사 대신 사람들을 만나 해고를 통보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자신에게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잃는 청천벽력이다. 그는 해고를 통보하는 일도 그들의 실직에 대해 공감하면서 최대한 인간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즉 ‘품위가 있는’ 해고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일론 머스크의 조직 변화 과정이 너무 급진적이었으며 조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받을 소지는 있다. 워낙 다양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그에게 시간은 가장 중요한 자원이니, 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성장해 오면서 기업의 생명주기 상 이미 성숙기의 라이프사이클에 들어선 트위터에는 관료적인 메커니즘과 안정을 추구하는 업무 분위기가 자리 잡았을 수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생명주기가 있다. 태동기, 성장기, 성숙기, 장년기를 거치며 최종적으로 수명이 끝나는 때가 온다. 트위터는 이미 실리콘밸리의 빅테크Big tech 기업으로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대기업으로서의 메커니즘과 관성이 일단 형성되면, 조직의 방향을 바꾸는 것조차 힘겹다. 그렇기 때문에 변혁적이고 빠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새로운 트위터를 만드는 데 필요했을지 모른다. 


COVID-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기업 현장에서는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재택근무가 널리 활성화되었다. 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는 직원들에게 삶의 유연성을 제공하고 출퇴근 스트레스를 덜어준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시대의 근무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구성원의 응집성이 효율성을 창출하고 혁신 동력을 만든다고 믿는 일론 머스크는 재택근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그는 2023년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직접 대면할 때 더 높은 생산성을 낸다고 믿는다”라고 인터뷰에서 발언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물건을 생산하는 근로자의 경우 “원격으로 일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근로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 자동차를 만드는 근로자는 자동차의 생산라인에 출근해야만 한다. 노트북으로 대신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집에서 원격으로는 만들 수 없다. 집을 고치러 와주는 사람도 원격으로 도움을 줄 수는 없다. 머스크는 그러나 ‘랩탑으로 일하는 사람들Laptop class’이 자신들은 원격으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morally wrong’고 말하며, 그런 노트북 계급의 노동자들은 아직도 라라랜드La la land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비꼬았다. 머스크와 같은 급진적인 혁신가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의 속도와 다를 수 있다. 기업에 있어 최고의 선은 수익 창출과 그에 의한 지속가능성의 추구인 만큼, 머스크의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나중에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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