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연세는 90 이상이시다. 나도 운이 없으면? 아니면 좋으면? 90세 이상 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제 막 절반을 살아오고 있다. 사실 100세가 다 되어가시는 어르신 뵈며, 어쩜 저렇게 피부가 고우실까... 눈동자도 너무 또릿또릿 하시고, 참 정정하시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연세가 있으시니 한번 넘어지시고는 일어서질 못하시더니 병원으로 옮기고 얼마 안 되어서 이렇게 추모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올해 100세 시라면 1919년에 태어나셨다는 것인데, 1919는 우리가 고등학교 때 역사교과를 배울 때 외웠던 3.1 운동이라는 역사적인 일이 일었던 해이다. 우리가 역사책에서나 듣고 짐작해 볼 수 있는, 참 살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그 시기에 태어나 2차 세계대전과 6.25를 겪어내며 4명의 아이들을 잘 기르시고, 그중 한 아들이 미국에서 목사님으로 계시는 이 올랜도 오셔서 주일마다 아들의 목회에서 설교를 듣고, 신도들이 해주는 맛난 밥과, 항상 교회에 태워다 주시는 가족의 어린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너무 기뻐하시고 감사하시며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곁에서 바라본 권사님의 노년은 아름다웠다.
눈부시게 하얀 백발도.... 젊으셨을 때의 미모를 짐작하고도 남을 예쁜 이목구비와 100년 동안 잘 길들여진 주름.... 그리고 주무시다가 조용히 맞이한 천국행.... 1세기를 살아내신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지나가며 고우시다는 말 한마디 못 전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세상에서 100년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가 역사가 되는 것이다. 노 권사님이 살아오신 시간들은 참으로 살아내기 힘들었을 격동의 시간을 한 세기를 사신 것이다. 내가 살아내고 있는 이 시간도 권사님의 그때처럼 어렵고 힘겨운 시기는 아니지만 내가 어렸을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모두들 입을 모아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지.... 탄식 섞인 걱정을 토로한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무언가 흔들리지 않는 가치에 사람들을 매달리게 하고, 우리들의 의식 속에 우리 모두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돈의 위력은 위태하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모두 어디서든 부자가 되는 법을 강의하고 듣고 따라 하고 미친 듯이 매달리고...... 거기에 편승하여 나 역시도 열심히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무능력하고 게으름뱅이로 여겨지니 말이다. 무능력은 몰라도 최소한 난 게으름뱅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문득문득 우리 머릿속에 있는 돈의 가치는 앞으로도 같은 가치를 영원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가져본다. 이번 테라/루나 사태를 바라보며, 난 사실 코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누군가 패널로 나와서 했던 말처럼 우아한 사기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 난 금방 없어질 가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을 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에 사실 놀라고 있던 찰나였는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보며,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나와 같은 세대가 반, 그리고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가긴 하지만 여전히 그 가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들의 인식이 이런 사태를 유발하지 않았나 하는 인문학적인 분석을 나 나름대로 해본다. 앞으로 그 코인이 어떻게 사람들 인식 속에 파고 들어가는지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 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고민이다. 코인의 성공은 새로운 화폐의 탄생이며, 그것도 알고리즘을 다룰수 있는 어떤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 화폐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면 이건 어머어마한 사회의 변화를 불러올 역사적 혁명에 준하는 사실인데..... 이건 공부를 좀 더 해봐야겠다.
앞으로 나는 또 이토록 변해가는 가치와 새로이 생겨나는 가치들 속에 던져져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남은 반을 살아가야 하리라. 곧 10년 남짓 더 살아가던 지난 세대와 달리 우린 더 많은 시간을 변화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 몸과 머리는 노후되어 느린 가동을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노후준비가 필요해졌다. 더 몸과 머리가 둔해지기 전에 그때를 살아갈 방법을 마련해 두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사회초년생도 아닌데 남은 반을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죽음 준비생을 시작한다.
손자 손녀에게 때되면 자그만 용돈이라도 줄 수 있을 경제력(그정도면 나에겐 족할듯)...주일에 교회를 가든 아니면 다른 곳이든 하루정도는 항상 가야하는 곳이 있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듣거나 영화를 보고, 그외에 한 두개 정도의 취미 생활을 즐기며, 여유와 만족감으로 고운 주름을 길들여가고...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관리하며.... 잠자듯 조용히 편한하게 죽음으로 갈 수 있는.....
앞에 모든 건 노력으로 되겠지만 마지막은 내가 준비하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닐테니.... 조용한 기도로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런 노년과 죽음을 준비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