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과 7월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만난 고전 걸작 이야기
유명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레오나르도, 티치아노, 루벤스 등 훌륭한 대가들의 작품을 고전 걸작(Old Masters)라고 한다. 유럽 도시에 가거나 뉴욕에 가게 되면 꼭 가보게 되는 유명 박물관은 대대로 남겨진 문화유산처럼 수집된 고전 걸작들이 많다.
올해 6월, 7월에 유럽에서 열린 경매에서 루벤스와 렘브란트의 작품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7월 6일 밤 런던 소더비에서 열린 경매장과 6월 6일에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장에서 각각 루벤스, 램브란트의 작품이 새로운 주인을 만난 것.
루벤스의 작품, <성 세바스티안, 두 명의 천사가 보살피다>의 추정 가는 400만~600만 파운드(80억 원~)이었으나 결과는 예상외로 490만 파운드(82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 이 작품은 1600년대에 그려졌고 1730년대에 그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300년 만에 1963년 루지애나주에서 열린 경매에 다시 나타났다가 이번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루지애나 경매에서는 4만 달러(약 5000만 원)로 낙찰이 되었던 기록에 이어서 소더비 전문가들이 엑스레이로 그림 표면 아래를 분석한 후 진품임을 확인했다.
이 작품은 유명했던 루벤스의 작품과 달리 두상 크기가 작고, 인체의 비례가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왼쪽과 중간에 위치한 천사의 몸은 무거워 보이고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지 약간 의아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루벤스의 특징이 반영된 작품. 루벤스의 작품은 풍부한 색감과 풍만하고 근육질의 인체 표현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때론 격정적인 구도, 세속적이기도 하고 화려하고 풍부한 색의 표현으로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었던 작품들이 많았던 탓인지 루벤스는 그림만큼 화려한 인기와 부를 누렸던 예술가였다.
같은 바로크의 거장으로 알려진 루벤스와 카라바조는 서로 극과 극으로 다른 삶을 살았다. 카라바조는 자신의 뛰어난 재능으로 얻은 사회적 유명세를 잘 갈고닦지 못했다. 사창가를 참새 방앗간 드나들듯 다녔고, 살인과 폭행죄에 도피생활을 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그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루벤스가 카라바조의 재능이 안타까워 후원자들에게 그의 작품을 구매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반면, 깊이 있고 철학적 영성이 담긴 듯 고요한 시선으로 마음을 비추는 램브란트는 살아있을 당시 루벤스만큼의 존경과 유명세를 얻지 못했으나, 렘브란트는 하르트만이 층이론이라는 새로운 감상 이론을 제시할 수 있게 한 역사적인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타난 램브란트의 작품은 <얀 빌렘스의 초상> ,<야프겐 칼스의 초상>이다. 작은 크기의 캔버스의 검은색 단색 배경에 등장한 인물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정서를 전달하는 듯하다. 이 두 작품은 1123만 파운드(약 188억 원)에 낙찰이 되었다. 추정가의 약 2배 가까운 높은 금액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작품은 1824년 크리스티를 통해 고작 13파운드에 판매되었다는 사실. 그 후로 200년 동안 그 행방이 알려지지 않다가, 이번에 새로운 주인을 만난 것.
고전 마스터 작품과 경매 낙찰가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드는 생각은 두 가지다. 고가의 낙찰가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고전 마스터는 책에서 공부했던 예술가의 작품 특징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호가를 경신하지 못하는 작품의 경우는 과도기를 상징하는 듯한 과도한 제스처, 색감, 비례가 맞지 않는 인체구조 등이 보인다.
왜 그럴까?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예술작품들 중에 우리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들의 수많은 작품들 중 엄선된 것들이다. 매 순간마다 걸작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이 무수한 도전과 실패와 실행의 기회 속에서 탄생되듯이 걸작들도 위대한 예술가들의 수많은 졸작에서 탄생된다.
그래도 어쨋건 루벤스는 루벤스이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제아무리 졸작이라 해도 그들의 이름에는 네임밸류 (name value)가 있기 때문에 고가의 작품이다.
현재 개인 브랜딩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가 어쩌면 이런 점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적인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함부로 평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고전 마스터 회화 작품을 꾸준히 관심 있게 보면 작품 속의 디테일한 부분, 특징들을 조금씩 인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생기면 삶을 읽는 능력도 생기는 것 같다.
**참고자료: 매일경제 신문 2023년 7월 14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