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내 글을 읽히고 싶지 않다는 욕망
"저 사실 브런치에 글 쓰신 거 봤어요."
어쩌면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작가인 것이 밝혀지는 게 아니라, 작가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도 계속해서 매일 같은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일지도 몰랐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나를 파악하고,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내가 그것에 관해서 설명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올까 봐.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한겨레출판
이건 조금 웃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나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내 글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성적인 경향이 있는 대부분의 작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와 나 자신에 대해 알리고 다니는 편이다. (중략) 그런 성격을 가진 주제에 나를 아는 사람, 내가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내 글을 읽히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나를 모르는 많은 사람에게 내 글을 읽히고 싶은 욕망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을 숨기고 싶다는 욕망. 이 두 가지 모순된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나는 지난 3년간 조금씩 나 자신을 고독하게 만들어왔다. 온몸으로 과잉된 자의식을 내뿜으며 말이다.
박상영,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