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구매 목록]
감자 Ziemmiaki 2.5kg 1581원
스시쌀 Ryz do sushi 4 봉지 5645원
닭봉 Podudzie z kurczaka 641g 1447원
닭정육 Udo z kurcazka 679g 1371원
쿼터 치킨 Cwiarka z kurczaka 652g 1473원
블루베리 Borowka 250g 3956원
목장우유 Mleko z farm 3.9% 1270원
플레인 요거트 Acivia Jogurt 3통 1859원
딸기맛 포키 Pocky smaki truskawki 3통 5081원
어린이 생수 6개 팩 woda KIDS 1680원
플레인 크림치즈 Almette Serek 1270원
파맛 크림치즈 Almette Serek 1270원
프레첼 Precel 3개 1348원
애플파이 Ciastko z jablkiem 1942원
무화과 개당 251원 7개 1761원
망고 2개 2541원
바나나 1.078 kg 1828원
사과 킬로당 986원 1.15킬로 1133원
청오이 Ogorki zielony 1159원
초코 롤 케이트 Ciasto Rolada kakaowa 2259원
총 148.08 즈워티 / 41,187원 (1 즈워티당 282원 기준)
사진을 찍고 보니 살짝 하트 모양.
1. 폴란드는 감자의 나라다. 옆 나라 독일에서 진짜 감자의 나라는 우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 옆 나라 프랑스에서도 번쩍 손을 들고, 동쪽의 러시아도 손을 들고, 우크라이나도 손을 들고 거의 모든 중부 유럽의 국가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겠지만... 그건 마치 한국과 중국과 일본이 서로 쌀의 나라라고 다투는 것과 비슷하다. 감자의 나라에 둘러싸인 감자의 나라. 폴란드에서는 알차고 튼실하고 맛있는 감자가 놀랍도록 저렴하다. 2.5킬로그램에 1500원. 그에 반해 쌀은 감자에 비해 5배 정도 비싸므로, 식비를 아끼고 싶다면 폴란드 스타일로 감자를 주식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살 수 있는 스시쌀은 한국에 비해서 5배 정도 맛이 없는 반면, 폴란드 감자는 한국 감자보다 5배 정도 맛있다. 저렴하고 맛있는 식재료와 비싸고 맛없는 식재료 중 무엇을 사야 하겠는가. 감자를 사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치는 반면 쌀을 사야 하는 이유는 빈약하다. 그러나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주식을 감자로 바꾸는 데 실패했고 오늘도 미련하게 쌀을 샀다. 감자전, 감자볶음, 감자조림, 감자 샐러드...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가 아무리 많다 해도 한국인에게 감자는 반찬일 뿐, 주식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맛있는 감자로 만든 감자 반찬은 더 맛있다.)
2. 감자를 한 묶음 새로 산 이유는 오늘 저녁 메뉴를 안동식 찜닭으로 정해뒀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메인 재료는 닭고기, 감자, 양파, 당근 그리고 당면. 닭을 한 마리 통째로 살 수도 있지만, 다듬고 자르는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부위별로 소분된 닭고기를 샀다. 양파와 당근은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게 있어서 따로 구매하지 않았고, 당면은 예전에 한인마트에서 40인분 대용량을 구매해둔 게 아직 많이 남았다. 찜닭은 특별한 요리 솜씨 없이도 짠맛과 단맛의 비율만 맞추면 쉽게 맛을 낼 수 있는 요리라서 아이들에게 자주 해주는 반찬이다. 그러나 가끔 찜닭을 요리하다 보면 숭덩숭덩 썰어 넣는 다른 메인 재료들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양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장이 너무 아깝게 느껴지곤 한다. 일반 마트에서 저렴하게 파는 중국산 간장은 맛이 없고, 꼭 한인마트에 가서 국산 브랜드의 간장을 사 와야 하는데, 한인마트까지 따로 시간 내서 가는 게 너무나 귀찮을뿐더러 다른 양념재료에 비해 무겁고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5리터짜리 업소용 간장을 사서 쓴 적도 있었다. (의외로 금방 비웠다는 후문이...) 찜닭을 한 번 만들고 나면 간장병의 간장이 1/4 이상 훅 줄어있는 걸 느낄 수 있는데 냄비에 콸콸콸 간장을 들이부을 때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덜 넣고 싶어서 꼼수를 부려본다. 종국에는 아쉬운 간과 감칠맛 때문에 필요한 만큼 듬뿍 간장을 희생(?)시키게 되지만. (참고로 짠맛은 간장이 담당한다면 단맛은 이전 글에서 언급한 생강청이 담당한다. 푹 고아낸 닭 육수에 간장과 생강청을 콸콸콸 부워주면 기본양념 끝.)
찜닭을 만들면 아이들은 꼭 '감자밥'을 해 먹는다. 간장에 짭조름하게 졸여진 감자를 밥 위에 올려놓고, 찜닭 국물을 서너 숟갈 섞어 밥에 슥슥 비벼먹는 걸 아이들은 감자밥이라고 부른다. 탄수화물보다는 단백질을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인데, 먹으라는 고기는 안 먹고 감자만 먼저 쏙쏙 빼먹는다. 고기보다 감자가 더 인기 많은 우리 집 찜닭. 이것은 폴란드 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우리 집 아이들의 식성이 특이한 걸까.
저희 집 아그들이 그렇습니다....
3. 요플레도 세 개, 과자도 세 개, 프레첼도 세 개. 기본 구매 단위가 3이 되어버리는 여기는 삼 남매네 집이다. 뭐든지 세 개씩 사는 것이 기본이 된 이유는 아이들이 음식을 두고 다투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재고가 3개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에게 "ㅇㅇ먹을래?"라고 물어봤다가 아이들 셋 모두 다 먹겠다고 손을 들면 매우 난감해진다. 과자가 두 봉지만 남아 있는데 아이들 셋이 먹겠다고 달려들면... 엄마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과자를 세 접시에 삼등분하느라 온종일 서서 과자만 세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엄마의 육아 에너지는 소중하니까, 이런 작업에 쓸데없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처음부터 현명하게 뭐든지 세 개씩 구매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런 구매 법칙에 빌런으로 역할하는 자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남편이다. 아이들 먹으라고 세 개를 사놨는데, 어느새 한 개를 본인 입속으로 털어 넣어 재고를 두 개로 만들어버린다. 그 일련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그나마 나은데, 식구들이 모두 잠든 사이 아무도 모르게 야식으로 먹어버릴 때가 있다. 다음날 아침에 "애들 프레첼 하나씩 주려고 세 개 샀는데 왜 하나가 없지...?"라는 나의 질문에 눈동자를 굴리며 도망가버리면.... (이하 생략.) 남편은 본인도 이 집 식구인데 억울하다고, 식구가 다섯 명인데 왜 세 개만 사냐고, 네 개나 다섯 개를 사면 되지 않느냐고 항의하곤 하는데, 그렇게 말해놓고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남편 몫으로 네 개를 사게 되면 꼭 하나는 남아서 버리게 된다.
딱 세 개를 맞춰 사 오면 하나를 먹어버리고, 넉넉하게 사 오면 안 먹어서 버리고. 장보기의 딜레마.
4. 그 와중에 무화과를 일곱 개나 산 이유는 내가 하루에 하나씩 일주일 동안 먹으려고 샀다. 요즘 무화과 크림치즈 샌드위치에 푹 빠져서 매일 아침마다 만들어먹는다. 부드러운 바게트 빵 위에 무화과 잼과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얇게 썬 무화과를 올린 다음 오븐에 살짝 구워 먹으면 엄청 맛있다. 이렇게 넉넉하게 사 둔건 남편이 같이 먹어도 아무 상관 없는데, 무화과는 건드리지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