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2023년 1월의 나

by 주정현


한 달 하고 일주일 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새해를 앞두고 야심 차게 이것저것 많은 계획을 세웠고, 그 가운데에는 '브런치에 글을 더 자주, 많이 쓰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늘 계획한 대로 풀리지만은 않는 법. 연초에 내게 일어났던 '작은 불행'으로 인해 한동안 아무 글도 쓸 수 없었다. 모든 생각의 끝이 내게 일어난 그 불행으로만 귀결되었다. 오늘 이렇게 몇 주만에 기록을 남기는 건, 이제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수 있을 만큼은 마음이 단단해졌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한 편의 글을 완성했을 때의 행복감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서 내가 쓰고 있는 글에만 몰입했을 때의 그 완전한 감각을 좋아한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생각은 하지 않고 서너 시간 동안 집중해서 한 편의 글을 완성해서 발행 버튼까지 누르고 나면, 방금 전까지 연신 노트북 타자를 치던 손 끝은 서늘해지고 가슴은 빠르게 뛴다.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하고 공들여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났을 때 생기는 이 쾌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느낌이다. 조금씩 올라가는 조회수와 덧붙여지는 댓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후련하고 가벼워진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하고 몽글한 느낌도 피어오른다.


그 감각이 그리웠다. 대단한 글을 쓰지 않아도 그냥 내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았을 때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함이 있다. 가끔은 글을 쓰면서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쓰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 뒤엉킨 마음을 일단 한 편의 정돈된 글로 풀어썼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조용하고 허무하고 무능한 시간을 지나, 지금 내가 세상을 향해 한 번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 끝에는 누군가와 가늘고 길게 연결되어 있다는 묘한 감정이 든다. 그 감정도 그리웠다.


때로는 낙서 같기도 하고, 때로는 의미 없는 수다 같기도 한 글. 그런데 한참 시간이 지난 이후에 그렇게 끄적였던 글을 다시 읽어보면 그게 그때의 나에게, 과거의 나에게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의미 없고 허무한 글을 남겨도 되는 걸까 많이 망설였지만 이것 또한 2023년 1월의 나만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록을 남긴다. 오늘은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뿌듯하다거나 신나는 느낌이 들 것 같진 않지만, 그것 또한 오늘의 나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일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3년 전 일기를 다시 펼쳐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