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재, 너도 봄날
시필사 2일 차. 2026. 3. 4. (수) 이문재, ‘너도 봄날’ - 시집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2026)> 중에서
[너도 봄날]
거울 속의 거울
마주 보는 거울은 떼어놓기
눈동자는 다른 눈동자와 마주 보게 하기
눈동자 안에 다른 눈동자 빛나게 하기
반짝이는 눈동자에게
꿈을 꾸게 하는 꿈* 말해주기
시를 쓰게 하는 시 서로 읽어주기
* 전 지구를 무대로 활동한 일본의 생태주의 시인 나나오 사카키가 자주 하던 말로 알려져 있다.
꿈을 꾸게 하는 꿈.
요즘 제가 운영하는 청소년 독서모임의 3월 주제도서가 마침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으며 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어요. 청소년기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참 좋은 나이인 것 같아요.
그런데 시를 필사하면서 꿈을 이야기하기 좋은 나이가 꼭 청소년기뿐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0, 50대의 여성들 역시, 어쩌면 그 누구보다 깊이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보았기 때문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세상의 욕망이나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내 내면의 욕망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으니까요.
최근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는데요, 최재천 교수님과의 대화를 인용하며 항노화를 넘어 ‘역노화’의 가능성이 언급되기 때문에 현대 인류는 앞으로 140세까지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내가 140살까지 산다면, 앞으로도 10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청소년기가 다 뭐예요.... 어쩌면 지금의 내가 여전히 꿈을 꾸어야 하는 나이 아닐까요.
그래서 다시 나에게 묻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니.
아직 늦지 않았다고, 아니, 오히려 지금이 시작이라고 말해주는 계절처럼.
너도 봄날,
우리도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