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

by 국화향기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 동창 넷이서 한 달에 3만 원씩을 모으기 시작했다. 회비를 모으기 전에도 가끔 만나서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했지만 누군가의 입에서 “하와이”라는 말이 나온 이후에 우리는 그야말로 목적과 형식을 가진 모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 달에 3만 원씩 걷어서 어느 세월에 하와이를 가게 될 런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지루한 일상에서 작은 목표가 생긴 것 같아 설렘 비슷한 감정이 슬쩍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목적지가 “하와이”여서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은 목적지가 꼭 “하와이”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그곳이 어디든지 크게 상관도 없다. 어쩌면 이런 설렘은 평범하게 굴러가는 삶의 궤도에 생길지 모를 변화의 기대감 때문일 거라고 추측을 할 뿐이다.


교육대학 졸업 후 초등교사로 근무한지도 벌써 올 해로 21년째이다. 처음에는 너무 서툴러서 바빴고, 조금 익숙해질 무렵에는 가정과 학교를 둘 다 감당해야 하는 워킹 맘이라 바빴고, 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서는 교육자로서 욕심을 부리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훌쩍 세월이 흘러 버렸다. 물론 아직도 나의 교직 생활은 꽤 많이 남아 있지만 어느 날부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방향감도 상실하고, 재미도 없고, 그래서 방황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난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


어쩌면 그래서 “하와이”를 떠 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것의 의미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과는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다.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내 바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동안 내가 교육자로서 고매한 인품을 지니거나 절제된 생활을 해 와서 “남들처럼”을 외치는 것은 아니다. 난 그저 내 틀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은 거다. 그러니까 “하와이”라는 지명은 나에게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알아야 되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훨씬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 책임감이 강한 사람, 성실한 사람, 질투도 많은 사람, 끈기가 좀 부족한 사람... 적다 보니 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이제 그만 적어야겠다.


다르게 살기 위해 노력해 보자.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한 2년 전부터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방송 댄스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강사의 동작을 따라가기도 어렵고, 마음과 몸뚱이가 따로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도 했지만 이제는 꽤 그런대로 동작을 흉내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 요즘에는 가장 hot한 방탄 소년단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젊고 날씬한 사람과 같은 몸짓을 보여줄 수 없을지라도 스스로는 댄스 팀에서 에이스라고 자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동료 교사에게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방송 댄스를 배운다고 했더니 동료는 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을 해 주었다. 평소 사람들에게 비친 내 이미지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으나 동료의 반응이 왠지 다른 나를 만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는 가야금 병창을 배우러 다니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유난히도 예술적 재능이 없었다. 대학 시절에 내가 음악과였다고 하면 어릴 적 나를 알던 사람들은 모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가야금으로 졸업 연주회까지 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 음악은 한다는 것은 마냥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잘하고 싶은데 늘 한계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어 괴롭고, 그것을 극복하기에 나에게는 끈기도 너무 부족하였다. 그러나 교사라는 직업은 어떤 때는 無에서 有도 창조해 내야 하는 직업인지라, 부족한 가야금 실력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국악을 경험하게 하고, 그러느라고 부단히 발발거린 것 같다. 그런 민망한 경험들이 어느 날 나에게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래 끈기 있게 도전해 보자. 처음 가야금을 시작했던 때보다 손끝은 더 무뎌지고 이해력도 점점 퇴보해 가지만 다시 한번 아마추어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쉬운 곡이라도 내 것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요즘은 황 병기 교수님의 “전설”, “침향무” 또는 산조가 아닌 “사랑가” 병창을 시도해 보고 있다. 이 또한 나의 모습이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또 다른 나일 것이다.


작년부터 나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 따기에 도전을 하고 있다. 120시간 연수를 이수하고, 국가시험에 응시해서 획득할 수 있는 3급 교사 자격증은 올해 초에 땄지만, 지금은 학위 취득을 통해야만 받을 수 있는 2급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지난겨울 방학은 온전히 실습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15주간의 기간을 집 인근의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어 교육 실습과 참관을 받았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목적과 이력을 가진 사람들로 늘 상 교사 집단만 만나던 나에게는 또 다른 신선함을 주었다. 때로는 치열하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데 나와는 조금 다른 관점의 여유로움이 있다든지.. 등등 15주간의 기간은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한국어 교사 되기도 어떻게 보면 가르치는 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내 삶이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이런저런 시도와 많은 노력..

나는 이제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