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이라 불리는 '플립러닝'이 (사)교육계의 트렌드인 것 같다.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많이들 광고한다.
집에서 인강으로 미리 학생이 공부를 하고, 교실에서는 공부해온 내용을 가지고 친구들과 토론을 하거나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형식이다.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일방적으로 듣는 전통적인 방식을 뒤집었다고 해서 '거꾸로 교실'이라고 불린다.
취지는 좋다. 강의를 미리 집에서 듣고, 교실에서는 토론과 게임 위주의 수업이라니. 허나 자제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성인은 물론이고 수능을 코앞에 둔 고3도 집에서 딴 짓 안하고 인강을 보는게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초중학생, 학습 의지가 낮은 학생들이 집에서 인강으로 미리 예습을 한다? 부정적으로 본다.
학원가에서도 '코칭형 수업'을 표방하는 관리형 학원이 인기다. 강사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강사 1명이 많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케어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라 한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인강을 듣고, 혼자 공부를 하면 선생님 한 명이 돌아다니면서 일일히 봐주는 방식이다.
몇몇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봤다. 애들이 교실에서 인강을 집중해서 듣냐고 물었다. 대답은 역시나 "공부하는 애들만 듣는다"는 것. "학원은 중하위권 학생들을 잡아야 돈이 되는 것 아니냐. 그럼 이걸 왜하냐" 물었다. "인건비 절감하고 관리하기 편하니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플립러닝'과 '코칭형수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교육자의 편의'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 상승은 크게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행이 오래갈 수 있을까.
IT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에서도 교육계는 가장 변화가 더디다고들 얘기한다. 교육계가 워낙 보수적인 집단이라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도 느리다는 것이다. 사실 교육계가 어느 집단보다 보수적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다.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라는 큰 틀이 수십년째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교육열이 높다. 아니 명문대에 집착한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SKY'를 중심으로 한 공고한 대학 서열, 미성숙한 사회적 자본, 이로 인해 비교과 영역 중심의 입시 제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 2017년에도 '수능 100% 학생 선발', '본고사 부활'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이유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턱 막히는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지향해야할 교육의 모범 답안으로 여겨지는 '핀란드식 교육'의 실현은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한국 사교육 시장, '인강'에만 부모님의 지갑을 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교육 시스템 내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tool'이 아닐까. 집에서 인강듣고 예습하는 걸 '플립 러닝'이라는 말로 거창하게 홍보하는 수준이 아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