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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an 06. 2021

패륜 여행, 그 힘든걸 제가 해냅니다

패륜 여행기, 호주편EP0

륜 여행기 [호주 편 Ep0]호주 편 Ep0]패륜 여행기 [호주 편 Ep0]

코로나 시국

취업 하반기도 날아가고 하물며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미루고 미뤄왔던 여행 사진 정리를 하게 되었다. 


나는 여행도 좋아하고 사진을 찍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풍경보단 내 얼굴, 내 모습 위주로 남긴다. 어차피 멋있는 풍경사진이야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걸 보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덕분에 사진을 보다 보면 그 당시의 내 감정과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주 여행 사진을 정리하면서 엄마를 찍은 사진을 보다 보니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이 생각나서 글을 적어본다. 나는 효녀라고 까지 말할 순 없지만, 대학생 때 혼자 해외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꼈던 행복함과 감상들을 엄마에게도 꼭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어렴풋이 결심했다. 


다들 시작은 이럴 것이다. 


그래서 취업을 하자마자 마이너스 통장을 뚫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제안했다. "나 1월부터 교육 들어가니까 더 미루면 못 갈 거 같아, 엄마랑 나 둘이 해외여행 가자, 내가 다 책임질게" 


엄마는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믿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내심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그렇게 세심한 편이 아니라서 당시에 엄마의 속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나는 이거 저거 찾아보는데 별로 관심 없어 보이시길래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빈말이라고 생각하시길래 유럽 갈까? 미국 갈까? 하면서 이런저런 선택지를 제시하고 나서야 홈쇼핑에서 나오는 패키지 상품을 보기 시작하셨거든.



일단 유럽 쪽으로 모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서유럽을 갔다 와봤지만 역시 여행의 처음은 서유럽 아니겠는가?  코스를 거의 다 짠 어느 날 밤, 엄마는 TV를 보다가 나를 부르셨다. "저기 어디니? 저기 너무 환상적이다"

호주였다. BBC가 선정한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관광지 2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스카이다이빙, 바다와 사막, 오페라하우스 영상들이 지나가는 호주 패키지 상품이었고, 나는 그날 모든 계획을 뒤엎고 호주 자유여행 계획을 세웠다. 




사실 호주는 그다지 내 마음에 차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호주라는 나라 자체에 관심이 없기도 했고 유럽이나 미국이 더 좋지 않나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장점들이 있었다. 


1. 영어권 국가 2. 치안 3. 반대의 계절 4. 액티비티  


나만 가는 것도 아니고 엄마를 모시고 가야 하니 영어가 통하는 건 굉장한 메리트다. 영어는 자신 있었으니까. 그리고 사실 나는 겁도 많다.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은 겨울 그곳은 여름이니 관광하기도 좋을 테고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상당히 낭만적으로 들렸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여행 계획을 짜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엄마는 아웃도어 파였다. 모험 추구 정신이 강하신 분이었다. 20대인 나도 당연히 스카이다이빙은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죽기 전에 하늘을 꼭 날아보고 싶다고 하셨다. 괜찮을까...? 괜찮을까...? 이게 50대 중반의 연세 드신 분이 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꼭 해보고 싶으시다니까 이것도 계획에 넣었다.  



나는 MBTI로 보면 진성 P형으로 즉흥적인 면이 강한데, 엄마와의 해외여행은 A부터 Z까지 계획을 세우다 보니 솔직히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한다고 한 건데 돌이켜보면 미흡한 점이 많다. 급하게 일정을 추진하느라고 준비물도 많이 못 샀고 (특히 옷, 여름옷을 겨울에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맛집 같은 세부 장소는 리스트만 뽑아가서 가서 정할까?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이 모든 안일함은 여행에서 패륜으로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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