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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an 06. 2021

나는 괜찮아서 엄마도 괜찮을 줄 알았지

패륜 여행기, 호주편EP1 


첫 번째 패륜, 엄마는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



내가 자유여행을 고집한 이유는 그게 훨씬 실감 나니까, 여행하는 맛 나니까 였다. 

유럽도 3주, 상해도 1달 정도 친구와 자유여행으로 다녀와봤으니 이 정도면 여행 짬밥 있는 거 아닌가?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게 바로 패착이었다. 엄마와의 자유여행에서 나의 역할은 여행자가 아니라 가이드여야 함을 늦게야 알았다. 


지금부터 패륜 여행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일단 비행기 선정부터 잘못됐다. 중국 북방 항공사 이용으로 중국 청도를 경유하여 시드니에 도착한 후, 케언즈로 가는 국내선을 타는 스케줄로 도합 16시간가량의 비행이다. 몇 년 전 유럽을 갔을 때, 아부다비를 경유하여 런던으로 가는 16시간가량의 비행 경험이 있어서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인천공항이 주는 설렘이 있다. 엄마랑 가니까 또 다른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체크인하는 순간부터 설렘을 앞서는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젠 정말 다 내가 해야 한다.......



엄마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다. 그리고 내가 패키지 말고 자유여행 가자고 우겼다. 엄마는 나만 믿고 있다. 무슨 문제가 생겨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 등등의 생각이 스쳐갔지만 괜찮겠지 싶었다.


아무튼 2시간 30분이나 일찍 공항에 온 덕분에 중국말이 흘러나오고 중국 냄새가 나는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 타서 하늘의 구름들을 바라보니 이제야 정말 해외여행을 간다는 실감이 난다며 설레 하는 엄마를 보니 괜스레 마음이 뿌듯했다. 엄마는 출발하는 당일까지도 실감이 안 나셨구나....... 그제야 창가 자리를 예약해 달라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기내식 먹고 좀 있으면 간식 주고 한참 자다가 또 기내식 주고 좀 있으면 간식 먹고 마치 사육당하는 것 같다며 서로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비행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긴 시간 비행이었다. 


Tip1) 어른과의 비행에서는 목베개, 따뜻한 옷, 다리를 올려놓을 만한 물체, 인공눈물이 필요합니다.


이런 준비물을 1도 안 챙겼기 때문에 엄마와 나는 허리가 결리고, 잠은 제대로 못 자며, 무릎과 다리는 퉁퉁 부어오기 시작했다. 나한테라도 기대라고 했지만 엄마는 네가 더 힘들지 않냐며 오히려 본인한테 기대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서로 번갈아가며 상대방에게 기대거나 다리를 올려서 피면서 가자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아프다고 짜증 한번 안내며 엄마는 비행기 창 밖으로 밤하늘 떠있는 별과 검은 구름들이 정말 아름답지 않냐며 이런 게 낭만 아니겠냐며 도란도란 속삭이셨다. 




Tip2) 어른과의 비행에서는 웬만하면 직항으로 타고, 항공사는 국적기를 이용합시다.


중국 경유는 처음 해보는데, 근무하는 중국인들의 얼굴은 냉랭하기 그지없고 일처리는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경유 대기시간이 짧아서 최대한 빨리 수속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아무리 급하다고 얘기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차례를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내가 조급해하니 옆에서 엄마도 불안해하시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 비행기 안에서 엄마는 중국 경유는 다시 하고 싶지 않으시다며 넌더리를 치셨더란다.   





여러 미숙함도 소중한 사람과의 첫 여행이 주는 설렘으로 이겨냈다. 하지만 그건 처음에만 주어지는 황금열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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