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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an 06. 2021

잘 알던 것도 헷갈리는 마법, 그 이름 실수

패륜 여행기, 호주편EP2

두 번째 패륜. 나의 실수가 나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늦게야 깨닫다



긴 시간을 날아서 시드니 국제공항에 내렸다. 


입국 수속 밟고 엄마는 다리 아프다며 잠시 바깥공기 맡으러 공항 밖으로 나가셨다. 그동안 나는 이제 케언즈로 가는 국내선을 타야 하는데... 하면서 출력해온 e-ticket을 봤다.


그래 시간은 충분해~ 이제 어떻게 국내선 공항으로 트랜스퍼하면 되려나? 버스 타야 된다고 하던데 


,,,?....!....?!!!?!?!!? 왜 시간이 모자라지? 국내선 이미 체크인 시간이 지났는데? 뭐야? 비행기 날린 거야? 내가 실수 할리가 없어! 난 엄청 꼼꼼하게 준비하고, 표 하나 결제할 때도 세 번 이상은 체크하는 습관을 가졌는데? 뭐지... 뭐지!!!!!!!!


케언즈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 체크인 마감시간이 이미 지나있었다.




Tip3) 비행기 E-티켓, 결제 영수증, 호텔 예약 확인서, 비자 등의 서류는 미리 숙지하고 종이로 출력해옵니다. 서류 분실을 대비하여 핸드폰 내 갤러리에 저장하고 이메일로도 한부 씩 보내 놓습니다. 


 

주위가 다 서양인들이라면서 두리번두리번 신기해하시던 엄마에게 달려가 비보를 전했다. 


"엄마 우리 빨리 가야 돼. 뛰어. 시간 없어 비행기 놓칠 거 같아! 아니 이미 놓친 거 같아"라고 말하니 엄마의 표정이 사색이 되며 그게 무슨 소리냐며 되물었지만 대답해 줄 정신이 없었다. 무작정 캐리어를 들고 뒤쫗아오는 엄마를 뒤로, 앞만 보고 달려 공항 트랜스퍼 버스에 탔다. 그러고 버스기사한테 제발 빨리 좀 가달라고 사정사정했지만 버스는 결국 고객 탑승 대기시간을 꽉 채우고 출발했다. 


버스 안 끼여가는 수많은 외국인들 사이에서 시계 한번 보고, e-ticket 한번 보고, 바깥 한번 보다가 케언즈행 비행기표 새로 결제하면 얼마가 더 필요한지 계산해보니 약 2인 합쳐 70만 원이란 돈이 더 필요함을 깨닫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옆에서 괜찮을 거다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다가 네가 뭘 잘못 봤겠지 그러게 왜 처음부터 잘 알아보지 않았냐 하다가 패키지여행을 해야 했다는 식으로 위로-> 부정-> 후회의 3단계의 반응을 보이셨다.


버스를 내리자마자 또 캐리어 들고 공항 카운터까지 엄청 뛰었다. 그리고 비행기 탑승 보드를 봤을 땐 정말 울 것만 같았다. 엄마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오히려 내게 괜찮다 까짓 거 돈만 더 쓰면 되는 건데 너무 마음 쓰지 마라고 말하셨다. 일단 어떻게 해야 될지 인포메이션 카운터 가서 물어보라고, 너는 영어는 잘하니까 하시면서...... 



엄마 말 듣고 울먹울먹 하면서 예쁘게 생긴 인포메이션 카운터 호주 언니한테 "내 e-ticket좀 봐줄래? 나도 이미 탑승시간 지난 거 알고 있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새로 표 끊으면 가격은 좀 할인받을 수 있니?" 하니 그 언니는 지금도 기억나는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니? 전혀 문제없어 탑승시간 아직도 많이 남았잖아 진정해. 네가 보여준 건 케언즈에서 시드니로 돌아올 때 비행기표란다. Welcome to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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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땡큐 땡큐 쏘 머치! 땡큐 쏘 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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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 내가 티켓을 잘못 봤네. 우리 아직 탑승시간까지 많이 남았어. 많이 놀랐지? 우리 뛰느라 힘들었는데 커피나 한잔 사서 마실까...? (찡긋-)



내 말에 엄마는 너 때문에 10년은 늙었다면서 등을 세 번 내리치셨다.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나서, 한국에 돌아가면서 엄마는 사실 그때 본인도 매우 불안했는데 옆에서 다그치면 딸이 더 힘들어할까 봐 초조한 기색 안 내비치려 노력했다고 하셨다. 어찌나 고맙던지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자식들이 고생을 하는 건 맞지만, 부모님도 자식 못지않게 노력해야 하는 팀플레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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