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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없는 쫀득 '감자전' 만들기

by 새미네부엌

되돌릴 수 없는 계절의 도래를 깨닫는 순간, 갑자기 '감자'가 안쓰러워졌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의 환절기는 아침저녁으로 부는 찬바람 덕분에 단박에 알아챘는데, 문득 부엌 쪽 베란다에 무심히 놓아두었던 감자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길고 긴 여름을 함께 견뎌 준 감자. 포실하고 담백하고 포근한 감자. 마냥 여름일 것 같았던 계절이 점차 가을에 접어드니 주름지기 시작한 감자가 다 내 탓만 같다.


무얼 그리 아끼자고 박스째 사다 쟁여만 놨을까. 제철의 맛과 기운이 역시 최고라며, 슬슬 고구마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우리 집 구황작물 루틴에 덩글덩글 굴러다니는 감자들만 무안할 테다. 안 되겠다, 단비도 내리겠다, 전부 다 껍질 깎아 '실패 없는 감자전'으로 지글지글 부쳐내야지! (사실 가을까지 감자는 아주 맛있을뿐더러 일부러 늦게 파종하는 가을 감자도 있으니, 찬바람 불자마자 고구마를 떠올리는 것은 얼리어답터의 성질이라고 해야 맞겠다.)



투박한 껍질을 벗겨내고 후루룩 헹군 감자. 강판에 대고 갈다 보면, 코 끝에 흙내와 단내가 섞여 들어온다. 그다음 양파 한 알을 꺼내 툭툭 갈라 꽁다리만큼을 또 강판에 간다. 이번에는 시큰하고 매운 향이 온 부엌에 퍼져나간다. 감자전에는 분명 '간 양파'를 넣어야 제 맛이라, 감자에 이어 양파까지 갈아내는 수고를 꼭 곁들여야 한다. 양파는 감자의 갈변을 막아주고 달달함을 더해주며, 풍미를 업그레이드시켜 준다. 물론, 감자와 양파를 갈 때 나온 수분은 같이 쪼옥 빼줘야 전의 모양을 유지해 동글동글 예쁘게 부쳐내기가 수월하다.


큰 볼에 물기 뺀 간 감자와 양파, 요리에센스 연두순을 넣어주고, 쪽파 쫑쫑 썰어 넣은 다음 잘 섞는다. 진득하게 예열한 프라이팬에 오일을 두르고 반죽을 올려 앞뒤로 노릇하게 뒤집어가며 부쳐주는데 그 소리가 환상적이다. 반죽 한 국자 부으면 기름 먹은 팬 위에서 짜르르하고 번져나가는 소리. 가장자리가 서서히 갈색으로 물들어갈 때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소리가 뇌리에도 점차로 퍼져 군침이 돈다.


그리고 한쪽 면이 익기를 충분히 기다렸다가 뒤집어 주는 것, 감자전의 또 다른 비법은 바로 이 기다림이다. 노릇하게 올라오는 가장자리를 유심히 지켜보며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가 부드럽게 탁! 뒤집은 후에도 넉넉한 기름 위에서 익을 시간을 온전히 주면 흐트러지거나 찢어질 염려가 줄어든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훌륭하다. 넓적한 접시 위에 차곡차곡 쌓아 식탁에 내놓고, 수북한 감자전 가장자리부터 젓가락으로 요리조리 뜯어먹으면 끝. 한 번에 한 장만 집어도, 두 잡을 겹쳐 집어도, 먹었을 때 과한 느낌이 없는 풍성한 맛이 나는 감자전. 해치우려 시작했지만 집 안 가득 넉넉해진 온기가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실패 없는 <감자전>.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감자전_완성컷(2).jpg

✅실패 없이 만드는 '감자전' 재료

주재료

감자 2개 (300g)

포도씨유 4스푼 (40g)


부재료

양파 1/8개 (35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2스푼 (20g)


감자전_과정컷.jpg

✅실패 없는 '감자전' 만들기

1. 감자와 양파를 강판에 갈고 체에 밭쳐 물기를 빼놓아요.

2. 볼에 갈아놓은 감자, 양파, 연두순을 넣고 잘 섞어요.

3. 중약불로 예열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준비된 반죽을 올려 앞뒤로 2분씩 노릇하게 부치면 완성!

TIP) 완성된 감자전 위에 버터를 올려 먹으면 브런치 스타일로 즐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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