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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맞이, 속 시원한 <무 생채>

by 새미네부엌

곧 추석을 앞두고 부엌에 서서 잔뜩 기름 냄새를 상상하고는 진저리를 쳤다. 결국 마음 가고 손도 가는 건 역시 생채. 기름 묵직하게 둘러 깊고 진한 맛을 내는 명절음식보다 채소의 풋풋함이 편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강박처럼 신선한 것을 찾아 움직인다. 다가올 명절 상의 고기며 전이며 잡채 같은 것들, 벌써부터 겁이 나는 위장이 어서 빨리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아삭한 <무 생채>를 먹으라 아우성치는 것만 같다.



무 값이 점차로 착해지는 가을. 초 가을부터 찐 겨울까지 제철 맞은 무는 달큼한 데다 아주 시원하다. 그냥 슥삭 썰어 그 째로 씹어먹어도 나쁘지 않을 정도. 맵고 아린 맛보다 달달한 맛이 감도는 무의 윗부분을 깎아 먹으면 물기가 좀 많은 아삭한 과일을 먹는 것 같기도 하다(무의 초록(윗) 부분은 단단하고 달아 생채로 먹기 좋고, 아랫부분은 부드럽고 알싸해 푹 익혀 먹는 요리에 더 적합하다). 그리하여 무에 맛이 꽉 들어차기 시작하면 곧바로 해 먹는 것이 바로 무 생채!


녹진하게 익은 김치와 생 기운으로 즐기는 겉절이는 분명 같지만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향과 맛, 식감까지 모든 것이 서로의 대척점에서 다른 차원의 맛을 내니까. 헌데 무 생채 역시 또 다른 대척점 위에 있음이 분명하다. 시원한 맛, 새콤달콤한 맛, 매콤한 맛이 한데 뒤섞여 어떤 음식이든 같이 먹으면 입 안도 개운하고 속도 아주 개운하다. 이런 무 생채는 요맘때쯤 미리 상에 올려 속을 미리 풀어주는 것이 인지상정.



잘 익은 무를 꺼내 채칼에 올리는 순간, '사각사각' 경쾌한 소리가 부엌에 울려 퍼진다. 가늘게 채 썬 무가 마치 하얀 실타래처럼 소복하게 쌓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또 기분이 날아갈 듯 청량해진다.


채 썬 무에 물엿과 소금을 살짝 뿌려 절이면 특유의 쌉쌀함과 수분은 뱉어내는데, 올라온 물기는 손으로 꾹 짜내면 그만이다. 물기 짜내 옹송그린 무채 위에 고춧가루 솔솔 뿌려 버무린다. 뽀얀 무에 붉은 물이 들면, 점점 입에서도 침이 고이기 시작. 그다음 요리에센스 연두, 식초, 설탕, 다진 마늘 등의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버무리면 끝. 쫑쫑 썬 실파와 약간의 깨를 추가해 주면 금상첨화.


그렇게 완성된 무 생채는 추석의 대잔치가 시작되기 전 우리 가족을 위한 전채 요리가 되어준다. 기름진 음식으로 가득 찰 뱃속을 미리 깨끗하게 비워내고, 명절의 다채로운 맛을 온전히 즐길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혀 끝에 감도는 산뜻한 무 생채의 맛은, 비로소 다가올 명절의 풍성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하는 마법 같은 역할을 다 해낸다. 그리하여 이번 명절도 무탈히 행복하길. <무 생채> 상세 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무생채_완성컷(1).jpg

✅속 시원한 '무 생채' 재료

주재료

무 1/4개(300g)


부재료

실파 3줄(30g)


양념

고춧가루 2스푼(2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식초 6스푼(60g)

설탕 3스푼(30g)

다진 마늘 1스푼(10g)


무 절임용

물엿 3스푼(30g)

소금 약간


무생채_과정컷.jpg

✅속 시원한 '무 생채' 만들기

1. 무는 깨끗하게 씻은 후 가늘게 채 썰고 실파도 송송 썬다.

2. 채 썬 무에 절임용 재료(물엿 3스푼, 소금 약간)를 넣고 20분 정도 두어 무의 수분을 빼고 간이 배도록 준비한다.

3. 무의 수분이 올라오면 따라내고 손으로 꼭 눌러 짜준다.

4. 무에 먼저 고춧가루로 빨갛게 색을 입힌 후 나머지 양념(연두순, 식초, 설탕, 다진 마늘)과 썰어둔 실파를 넣고 버무리면 완성!

TIP) 고소한 맛이 좋다면 마지막에 참기름을 살짝 둘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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