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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끝내놓고, '배추새우만두'

by 새미네부엌

겨울이 오는 길목. 김장을 하기 전과 김장을 해낸 뒤의 마음이란 그 무게부터가 천차만별이다. 1년 김치 먹거리를 끝내 놓는 날, 1년의 숙제를 해치운 그날이 지나가면 달콤한 고독이 찾아온다. 겨울의 문턱, 뜨거운 잔치 같던 노동의 흔적과 짙은 젓갈 냄새는 숙성의 시간 속으로 떠나고 마침내 찾아온 고요함이 온 집 안을 채운다.



그리고 남은 건 절인 배춧잎들. 아니 ‘부러 남긴' 배춧잎들. 버적거리며 일어나 몇 가닥 빼놓은 배춧잎들을 도로 꺼낸다. 축축한 배춧잎 속을 채워 돌돌 말아 내놓는 <배추만두> 먹는 날이 드디어 왔다! 흐물하고 촉촉한 데다 이미 절여져 있어 간이 쏙 배인 배추로 만드는 만두란, 역시 김장날 떨군 잎들 야무지게 모아 만들어야 제 맛. 절인 배추를 살짝 헹궈 짠기를 빼주고 물기를 털어내면 배춧잎 그 자체로 만두피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데, 밀가루며 글루텐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강하고 찰진 맛이 나는 만두가 탄생한다.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특히 비타민C와 K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겨울철 면역력 유지와 소화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배추. 거기에 속재료 역시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하고 담백하게 준비하는데, 잘게 다진 깐 새우살과 부추로 서로의 맛과 영양을 보완한다. 그다음 복잡한 양념 대신 요리에센스 연두 하나로 재료들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려주면, 아주 찐 맛도리로 간다.


넉넉한 배춧잎 위에 하얀 새우와 푸른 부추를 소복하게 올린 후 감싸 다독이듯 말아준다. 복잡한 기교 없이 둘둘 말다 보면 어느새 손끝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달라붙어 손이 점점 빨라진다. 김장하고 남은 절인 배추들 깡그리 모아 또 야무지게 꽁꽁 말아둔 배추만두들. 버린 것 하나 없었다는 뿌듯함 때문일까, 정갈하고 단단해진 모양새가 제법 어여뻐서일까. 손이 바쁜 와중에도 눈으로 그 모양들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마음 속에 묘한 위로가 찾아온다.



예열 팬 위에 식용유를 두르고 말아 둔 배추를 올리면 소리마저 아름답게 익어간다. 겉은 아삭하게 숨이 죽고 속은 뽀얗게 차오르는, 따뜻하고 정갈한 오늘의 요리 완성. 김장의 부산함 뒤에 찾아온 이 가지런한 접시를 꼬박 코를 박고 먹어제낀다. 겉과 속에서 차오른 감칠맛이 입 안 가득 한 바가지. 이 맛에 김장을 못(?) 끊는다. 이걸 저녁밥으로 다 먹고 나면 오늘 밤에는 더욱 평안할 것을 안다. 만들기도 쉽고 속도 편한 <배추새우만두>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배추새우만두_완성컷(2).jpg

✅김장을 끝내놓고 '배추새우만두' 재료

주재료

절인 배추 10잎(400g)

깐 새우살 1컵(200g)

부추 1/2줌(30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2스푼(5g)

(부침용) 포도씨유 3스푼(30g)


배추새우만두_과정컷.jpg

✅김장을 끝내놓고 '배추새우만두' 만들기

1. 절인 배추의 짠맛을 빼주기 위해, 물에 헹궈 물기를 제거해요.

2. 새우, 부추는 칼로 잘게 다지고 볼에 담아 연두순과 함께 섞어요.

3. 준비된 속재료를 배추 위에 올려 동그랗게 말아요.

4. 예열된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말아 준 만두를 노릇노릇 구워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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