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도 만개한 꽃들 사이로 고양감이 넘실대는 대신, 다시 돌아온 환절기와 다가올 여름에 맞서 어떻게 잘 먹고 예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빨리 와버렸다. 벚꽃비가 우수수 떨어지면 손안에 꽃잎 쥐려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시절도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예년에 비해 빨리 개화한 꽃들이 겨우내 두툼해진 내 몸과 마음을 탓하는 것만 같아 멀찍이서 고개만 주억거린다. 항상 피어나는 아름다움이 지고 나면 곧 옷차림이 얇아질 것을 또 알고 있으니, 그렇게 오늘부터 다시 찾게 되는 것이 바로 '양배추'.
겨울에서 해방되는 시점이 오면, 몸은 점점 더 단순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게 된다. 진한 맛들이 쌓여 속이 무거워질 때쯤이면 죄책감 방지용으로 언제나 사다가 냉장고에 박아 둔 양배추가 눈에 들어오기 마련. 샐러드용으로 몇 번 잘라먹고 또 반통은 잊고 있다가도, 날이 해사해지면 다시 꺼내게 되는 이유는 아주 분명하다. 속을 편안하게 해 주고, 하루를 가볍게 정리해 주는 힘이 있기 때문. 생각난 김에 꺼낸 남은 양배추, 뭘 만들까 고민하다 역시, <양배추 덮밥>으로 정리.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양배추. 그리고 묵직해진 몸과 마음을 해방시켜 줄 구원 투수로 이 맘 때쯤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양배추 덮밥.
팬 하나로 간단하게 완성되는 이 요리는 채 썬 양배추, 버섯이나 쪽파 같은 냉털 채소, 그리고 달걀만 있으면 끝이 난다. 예열 팬에 식용유 넣고 손질한 채소들 충분히 볶아주다가 약간의 물과 요리에센스 연두, 풀어둔 달걀물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주면 완성. 따끈한 밥 위에 올려 슥슥 떠먹으면 그만이다.
아삭하고, 달고, 감칠맛도 적당한데 먹고 나면 든든한 데다 속까지 편해지는 음식. 이처럼 '부담이 없다'는 것이야 말로 집밥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는지. 몸 안의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싶을 때,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한 그릇이 눈앞에 등장한다.
늘 '다시 시작'을 시작하는 봄. 특별한 식재료나 조리법 없이도 담백하고 단순한 요리로 다시 시작을 마음먹어 본다. 그것이 바로 봄이 오면 다시 양배추를 찾게 되는 이유! 다가올 시간을 대비하는 마음과 동시에 그동안의 시간들로부터 조금 가벼워지고 싶어서. 살짝 숨이 죽은 양배추를 아작거리며 다시 시작을 또 다짐하는 오늘. 이처럼 계절을 맘대로 바꾸는 방법은 창 밖에 흐드러진 꽃 풍경이 아니라 우리 집 부엌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돌고 돌아 봄, '양배추덮밥' 재료
양배추 1/4개 (200g)
밥 1 공기 (200g)
달걀 2개 (120g)
식용유 2스푼 (20g)
양파 1/4개 (70g)
표고버섯 1개 (30g)
쪽파 1줄기 (5g)
양념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 (10g)
물 2/3컵 (150ml)
✅돌고 돌아 봄, '양배추덮밥' 만들기
1. 양배추와 양파는 0.5cm 두께로 채 썰어 준비해요. 표고버섯은 밑동을 제거한 후 0.3cm 두께로 슬라이스하고 쪽파는 송송 썰어요.
2. 중불로 예열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배추, 양파, 표고버섯을 넣고 중불에서 5분간 충분히 볶아요.
3. 볶고 있는 채소의 숨이 모두 죽으면 연두순과 분량의 물을 넣고 센불로 끓여요. 물이 끓어오르면 풀어둔 달걀물을 넣고 전반적으로 보글보글 끓어오를 때까지 3분간 더 끓여요.
4. 재료를 밥 위에 얹고 송송 썬 쪽파를 뿌려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