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대는 계절,'고추장 짜글이'

by 새미네부엌

꽃샘추위는 늘 그렇듯 예의 없이 찾아오니까. 봄이 완연한 줄 알고 유독 얇은 옷을 꺼내 입은 날, 어김없이 바람은 다시 겨울의 얼굴로 불어온다. 그러면 괜히 마음도 허해지고, 따뜻한 국물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은 심히 멜랑꼴리 한 기분. 그렇게 다시 냉장고 문을 연다. 계획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이 섰다. '오늘은 짜글이다!'


충북 청주에서 왔다는 짜글이. 딱 중간 내륙에서 온 녀석답게 찌개와 볶음의 중간 정도되는 자작한 국물요리다. 모든 재료를 정갈하게 맞출 필요 없이, 있는 것들을 모아 한 냄비에 쏟아붓는 참한(?) 음식. 감자 하나, 양파 반 토막, 고기든 햄이든 단백질에서 오는 감칠맛 내줄 것 하나. 튀는 재료는 없어도 그만인 데다 냉털용 재료들 모두 모아 해치우기에도 딱 좋고, 고추장 하나로 맛 내기까지 수월한 초보 맞춤 요리이기도 하다.



불 위에 냄비 올리고 기름과 함께 썰어둔 대파 흰 대 넣고 볶아 파기름을 내준 후 돼지고기 다짐육을 넣어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볶는다. 그다음 물과 고추장을 필두로 한 육수용 양념들, 연두순, 연두링, 다진 마늘을 풀어 넣으면, 발효에서 오는 깊은 감칠맛과 매콤함,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 고추장 베이스의 국물요리가 거진 다 끝난다.


그 빨갛게 우러난 국물에 손질해 둔 채소를 딱딱한 순서대로 퐁당. 거기에 새콤달콤한 진한 맛을 원한다면 쫑쫑 썬 김치를 넣어주고, 칼칼하게 시원한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 쓱쓱 썰어 넣고 바글바글 끓이면 좋다. 내내 뚝딱거려도 다 괜찮은 오늘의 요리, 보기만 해도 온몸이 뜨끈해지는 <고추장 짜글이>가 척하면 척.



짜글이의 매력은 ‘정확함’이 아니라 ‘과감함’이다. 조금 짜다 싶으면 물을 더 붓고, 싱겁다 싶으면 고추장을 조금 더 넣어준다. 두부를 넣으면 부드러워지고, 애호박을 넣으면 갑자기 부들부들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그래서 더 인간적인 음식.


게다가 끓는 소리는 유독 정겹다. 자글자글, 이름처럼 짜글짜글 끓어오르는 냄비를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놓인다. 점차 국물이 졸아들수록 맛은 더 농축되고, 재료들은 서로의 경계를 흐리며 하나의 맛으로 섞인다. 뚜껑을 열 때 올라오는 김에는 매콤함과 고소함이 함께 섞인다.


이쯤 되면 밥은 이미 꺼내져 있다. 갓 지은 따뜻한 밥 위에 짜글이를 한 국자 푹 떠서 얹으면, 이 순간은 계절과 상관없이 완벽해진다. 숟가락으로 밥과 국물을 비비듯 섞어 한 입 넣으면, 입안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도 묘하게 위로받는 기분. 꽃샘추위는 매년 찾아오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같은 선택에 같은 밥상이다. 머뭇대는 계절 속 마음을 제자리로 돌리는 <고추장 짜글이>, 상세레시피는 아래 새미네부엌 사이트 참고.



고추장 짜글이 완성컷(2).jpg

✅머뭇대는 계절, '고추장 짜글이' 재료

주재료

돼지고기 다짐육 3줌 (300g)

두부 1/2모 (150g)

김치 1컵 (300g)

감자 1.5개 (240g)

양파 1/2개 (140g)

대파 1대 (100g)

식용유 2스푼 (20g)

물 4컵 (800ml)

청양고추 2개 (20g)


양념

조선고추장 5스푼 (50g)

요리에센스 연두순 2스푼 (20g)

연두링(멸치디포리) 2개 (8g)

다진 마늘 1스푼 (10g)


고추장 짜글이 과정컷.jpg

✅머뭇대는 계절, '고추장 짜글이' 만들기

1. 돼지고기 다짐육은 키친타월로 눌러 핏물을 가볍게 제거해요.

2. 양파, 두부는 사방 1cm 두께의 큐브 모양으로 썰고, 대파는 어슷,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요.

3. 김치는 사방 2cm로 감자는 0.5cm 두께의 은행잎 모양으로 썰고 찬물에 약 5분간 담가 전분을 제거해요.

4. 냄비에 물과 양념(고추장, 연두순, 연두링, 다진 마늘)을 넣고 센 불에 끓여요.

5. 물이 끓어오르면 중불로 낮춰 감자를 넣고 4~5분 정도 먼저 끓여요.

6. 그다음 양파와 김치를 넣어 7분 정도 더 끓인 뒤 두부, 대파(초록 부분), 청양고추를 넣고 2~3분 더 끓여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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