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고르기, 양파 손질하기, 양파 보관하기까지
짜장면 시켜 먹던 날. 그 어린 날의 나는 딸려온 단무지를 춘장에 찍어 먹으며 생양파 조각쯤 사과처럼(코를 막고 먹었을 때 대부분 양파와 사과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실험 결과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 씹어 넘기는 엄빠를 보고 어른은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게 생양파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양파에 대한 첫 기억.
지글지글 익힌 삼겹살을 상추 위에 얹고 쌈장 찍은 생양파까지 얹는 것을 보고도, 벌겋게 비벼진 야채곱창에 생양파 조각을 얹어 먹는 것을 보고도 그랬다. 곁 반찬으로 상에 오른 생양파를 같이 먹을 용기가 생기는 바로 그때, 어른이 될 거라고!
후추를 톡톡 뿌려 먹는, 허옇고 진득진득한 경양식집 수프만 알다가 '어니언 수프'를 처음 먹었던 날, 양파에 대한 두 번째 기억이 생겼다. ‘이것도 수프구나’ 하는 생각. 돈을 벌기 시작하고 사 먹는 음식의 바운더리가 넓어지면서 어니언 수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엄마표 집밥에는 양파가 연중무휴, 상시 대기 중이었지만(양파는 한국에서 배추 다음으로 많이 소비되는 채소다), 마치 양파탕 같은 어니언 수프는 그 비주얼도 맛도 신기했다. 양파를 볶고 간간한 물을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 어니언 수프. 아니 내 기준, 양파탕(강장제로도 좋아 서양에서는 몸이 고단할 때 ‘어니언 수프’를 권한다고 한다)!
서양에서 들어온 파라는 뜻의 '양파'가 달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생양파를 씹어먹는 용기가 생기는 일이라기보다, 인생사 고락(苦樂)이 들쑥날쑥한 와중에 생양파를 그냥 씹어도 달게 느껴지는 시기가 된 것이란 것도.
적당히 먹으면 몸에 좋다는 것도, 느끼한 요리와 함께 먹으면 아삭하고 시원하게 입 안을 정리해 준다는 것도, 가열하면 달아지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식탁 위의 불로초’로 불리는 양파를 이제는 아무 음식에나 아무렇게나 썰어 넣는다. 어떻게 굴리든 내 입속에서 달콤한 양파로 더더더 건강해지고 싶은 욕심.
햇양파(양파는 7~9월을 제철로 친다)를 자를 때 최루탄처럼 퍼지는 양파의 매운 향은 눈물을 쏙 빼지만, 하얗게 배어 나오는 양파즙이 어디서든 달아질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손질한다. 국물에도 넣어 먹고, 다갈색으로 볶아 수프도 해 먹고, 자칫 퍽퍽할 수 있는 고기 요리에도 수분이 많은 양파를 듬뿍 넣는다. 신선한 양파는 단단한 과육을 갈라 간장/식초/고춧가루 소스에 자박하게 절여도 기분 좋은 알싸함과 단맛이 돋보인다.
기름하고도 잘 어울려 양파링 같은 스낵류로도 쓰이는데, 써는 방법별로 튀김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혈관 속 콜레스테롤 혹은 기름을 제거해 주는 것으로 알려진 양파는 기름요리를 먹을 때, 느끼한 것을 먹을 때, 의식적으로 챙겨 먹기 좋은 밥상 위 내 친구다.
* 블루밍 어니언. 뿌리 부분을 남기고 잘라 통째로 튀기면 꽃처럼 펼쳐진 양파 튀김이 된다.
지금 딱 제철인 양파. 아무 음식에나 아무렇게나 쓰려면 잘 골라, 잘 손질해,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더 맛있어지는 것이 요리의 국룰이니까. 하단, 새미네부엌에 올라온 양파 고르는 법, 손질법, 보관법 참고.
둥글둥글하다고 과일처럼 썰다 보면 '망고갈비' 마냥 중간 부분 심지만 사각기둥으로 덩그러니 남는다. 씨가 있어 주변 과육만 발라먹는 사과처럼 썰지 말고 요리에 맞춰 잘라 쓰는 것이 좋다. 햇양파가 나오는 계절, 동그란 양파를 아낌없이 썰어 달게 먹어보자. 아래, 양파를 써는 4가지 방법 참고.
✅ 동글게 원형 썰기
양파의 둥근 단면 모양 그대로 써는 방법. 양파를 옆으로 세워서 원하는 두께로 썬다. 얇게 썰어 양파절임, 샌드위치, 햄버거 등에 사용하거나 도톰하게 썰어 스테이크 사이드, 양파링 튀김 등에 활용. 얇게 써는 것이 무섭다면, 채칼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 큼직큼직 깍둑썰기
양파를 똑바로 세운 상태에서 반으로 가른 후, 편평한 안쪽 면을 바닥에 데고 세로, 가로로 3-4등분 써는 방법. 국, 찌개류 혹은 볶음요리, 카레 등에 활용하기 좋다.
✅ 얇고 길게 채썰기
[결 반대로 썰기 : 크고 작은 반원 모양]
반으로 자를 양파를 ◁ 옆으로 둔 상태에서 결 반대 방향(원형 썰기 방향)으로 써는 방법. 양파절임 등에 사용하기 좋다.
[결대로 썰기 : 일정한 모양]
반으로 자른 양파를 △ 모양으로 둔 상태에서 결 방향 그대로 썰어내는 방법. 볶음, 냉채, 조림, 무침, 샐러드 등에 양파의 썰린 모양(휜 반달모양)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왼) 결 반대 방향으로 썰은 양파
(오) 결 방향으로 썰은 양파
✅ 잘게 잘게 다지기
양파를 반으로 자른 후, 양파 결대로 칼집을 넣고, 가로로 칼집을 1-2번 넣어준다. 그 상태로 칼집 넣은 방향의 반대로 잘게 썰어 주면 완성! 볶음밥이나 계란찜, 소스 등의 요리에 활용할 때 사용.
더 다양한 요리 이야기 & 출처: 새미네부엌 <4가지 양파 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