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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미네부엌 Jul 21. 2023

우리 집 클래식, '대파 두부크림'

대파 이렇게 먹으면 백날 천날도 먹지!

맥날에서 ‘찾았다’는 한국의 맛으로 무려 ‘진도 대파 버거’가 등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0만 개가 팔렸다는 기사도 본 것 같다. “빠바 빠빠빠~” 단박에 떠오르는 시그니처 징글(상업 광고 속 짧은 곡)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우리네 시골 풍경이 맥도날드 CF로 TV를 뚫고 나온다. 누구보다 빠른 얼리어답터까지는 못 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유튜브 리뷰를 찾아봤다. 저마다 감상평이 다른데, 은은한 대파향이 좋고 고소하다는 사람도, 크림치즈가 너무 느끼하다는 사람도 다수 대 다수.


이렇게 해외 프랜차이즈의 지지(?)까지 받게 된 대파 크림치즈는 주변에서 “나 그거 먹어봤잖아”의 허세가 뜨문뜨문 나오는 의외로 비일상적인 요리다. 식빵에 쨈을 바르는 상식처럼 퍼져있다기보다 이렇게 먹으면 너무 맛있어의 치트키나 킥 정도로 쓰이는 모양새. 그런데 첫 대파 크림치즈를 접하고, 먹어 본 경험이 생기고, 계속계속 비벼 먹다 보니 대파 없이 크림치즈만 바르면 씅에 안 차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시작됐는지 모르는 유행이 '맛 바람'을 타고 내게 왔다가 '겁나 맛있다'는 자기 세뇌를 거쳐 드디어 우리 집의 클래식이 된 것이다. 이제는 마치 원래 존재했던 공식처럼 대파와 크림치즈를 섞는다. 혹은 '대파크림치즈'라는 기성품을 곧잘 사들이기도.


베이글과 먹는 것이 또한 클래식인가 하니, 크루아상이나 바게트 같은 와사삭 빵에도, 일반 식빵처럼 부드러운 빵에도 거진 상관없이 맛있다. 느끼함을 잡아주는 달달 알싸한 맛과 아삭한 식감을 상상하며 빵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찾아 거침없이 바르는 나만의 스프레드. 살짝 구운 대파를 마음 내키는 대로 적게도, 왕창도, 마음대로 넣어 양 조절을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나만의 스프레드가 맞다.



대파는 예부터 부재료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양념, 고명, 육수 등의 역할로 뿌리부터 잎 끝까지 다 즐겨 먹곤 했다. 라면 속 건조수프에서 자주 보는 녹색의 제일 윗부분 '잎몸'은 감칠맛도 고소한 향미도 있지만 섬유질이 많아 다소 질기고 진액이 흘러 보관이 어렵기도 하다. 국물요리(외국에는 이 잎몸 부분을 국물용으로만 쓰는 요리사도 많다)나 청량한 색을 넣는 고명으로 쓴다. 파의 연두~흰 부분은 '잎집'으로 알싸하고 톡 쏘는 향미가 나며, 여러 겹이 겹쳐진 텍스처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으로 쓴다. 또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영양 성분이 많이 든 '뿌리'도 버리지 않고 육수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용도로 쓰면 좋다.


이 대파를 생각하면 맵다는 연상이 즉각적이지만 열을 가하면 매운 향은 사라지고 단맛이 난다. 감칠맛과 천연 단맛이 확 올라오는 것. 스페인에서는 대파와 비슷한 ‘칼솟’이라는 채소를 직화로 구워 까맣게 탄 껍질은 벗기고 알맹이의 달달함을 빼먹기도 하는데, 대파 역시 칼솟처럼 구워 탄 부분은 걷어내고 내가 좋아하는 소스에 찍먹해도 짱맛이다. 생으로 쓸 때는 찬물에 담가 쓴맛, 매운맛을 제거한 다음 쓰면 좋은데, 얇게 자른 대파의 물기를 제거하고 간장 고춧가루 양념을 쳐 묵직한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한국인 모두가 아는 대로 매콤 새콤 입맛을 돋우며 느끼함을 잡아준다.



우리 집 클래식으로 이 대파 크림치즈를 자주 먹으려면 물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는 것이 두 번째다. 허나 첫째고 둘째고 크림치즈는 어림도 없다는 댁에는 '연두부'로 대체하는 마성의 요리법을 기꺼이 소개해 올린다. 이름하여 '대파 두부크림'! 느끼함 없이 크리미함만 남는 대파 두부크림은 당연히 두부 러버들에게 추천. 잘게 썬 대파를 살짝 볶아 으깬 연두부에 넣고 연두로 간을 해 비비면 끝이다.


대파도 두부도 맛있어지는 이 심플한 마법으로 어른들도 아이들도 모두가 잘 먹는 스프레드를 3분이면 완성. 이렇게 먹으면 대파도 연두부도 맨날 먹을 수 있다. 아래 새미네부엌에 올라온 상세 레시피 참고.

✅대파 두부크림 재료

대파 흰 부분 1/3개(30g)

연두부 1개(10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포도씨유 1스푼(10g)

크루아상, 바게트, 크래커 등 별도 준비


✅대파 두부크림 만들기

1. 연두부를 체에 내리거나 블렌더로 간다.

2. 대파는 세로로 4등분한 후 사각형(2cm)으로 썰고, 예열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센 불에 1분 볶는다.

3. 1과 2, 연두순 1스푼을 넣고 섞어주면 스프레드 완성!

4. 크루아상이나 바게트, 크래커 등과 함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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